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이 “가해자가 진실을 부정하고, 심지어 역사를 수정하거나 생존자가 세상을 떠나기를 기다려 부끄러운 행동이 잊히기를 바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다만 외교부가 이용수 할머니의 이름을 잘못 통·번역하는 실수를 저질러 의미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에 영상으로 개회사를 보내고 “이들(위안부 생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이러한 참극이 절대로 잊히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인간의 모든 악행은 그 피해자만이 용서할 수 있고, 그들만이 고통스러운 과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생존자 중심 접근법은 생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일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분쟁 지역에서의 성폭력 문제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정 장관은 “30년 전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로서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했다”며 “(이는) 더 많은 생존자의 증언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적인 호응을 촉발시켜 국제 연대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군부가 장악한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에서의 성폭력 현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외교부는 이날 정 장관이 ‘생존자 중심 접근법’을 강조하며 언급한 이용수 할머니의 이름을 한국어로 ‘이용순’이라고 통역했다. 정 장관은 “지난 3월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뵐 기회가 있었다”며 “이용수 할머니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이러한 참극이 절대로 잊히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고 영어로 연설했는데 정작 한국어로는 두 차례 모두 이용순으로 통역했다. 이 같은 이름 오기(誤記)는 외교부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번역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단히 송구하고 없었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장관이 영어 개회사에선 정확하게 할머니의 존함을 말씀하셨다”며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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