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P&G에 몸담았던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가 롯데쇼핑의 대표이사(CEO)에 선임됐다.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비(非)롯데맨’이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로 가다간 e커머스 플랫폼 경쟁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에 신동빈 롯데그룹이 독한 칼을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롯데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그룹 정기 임원 인사안을 발표했다. 기존 BU(사업 부문) 체제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HQ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산업군별로 계열사들을 묶는 조치다.
강희태 부회장이 물러나고 외부 출신 대표가 선임되는 등 유통HQ에 대한 강도 높은 인사가 단행됐다. 김 신임 대표는 P&G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아시아태평지역 총괄 사장, 미국 본사 신규사업담당 부사장까지 지내는 등 P&G에서 아시아인으로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전설적인 인물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에 특화된 데다 조직을 온라인,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는데에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화점 출신이 장악해왔던 롯데쇼핑의 조직에 강도 높은 ‘메스’를 댈 가능성이 높다.
롯데호텔 신임 대표에 LG그룹, AT커니, 모건스탠리PE 등을 거친 안세진 놀부 대표를 선임한 것도 파격적이다. 롯데 출신이 아닌 데다 호텔과는 무관한 업무를 해 온 인물이어서다.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호텔의 오랜 숙원인 IPO(기업 공개) 등 구체적인 미션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는 김교현 화학HQ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역시 부회장에 올랐다. 실적과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을 주는 신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이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