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공지능(AI)은 통신·금융·의료 등 서비스업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엔 농축산업과 같은 1차 산업에서도 AI와의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기업이 국내 AI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다.
한국축산데이터는 농가 가축의 ‘헬스케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의 이름은 ‘팜스플랜’이다.
한 해 돼지만 해도 수백만 마리가 출하되기 전에 폐사된다. 각종 질병과 전염병 때문이다. “AI로 농가 돼지의 건강을 전반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면 폐사가 줄고 출하율이 늘어 농가의 이익이 확 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팜스플랜이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이를 위해 100만 건 이상의 돼지 사진·영상 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돼지가 어떤 행동을 하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인지를 AI가 판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엔 고도의 딥러닝(심층학습)·비전 AI 기술이 적용됐다.
AI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 돼지는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정밀 진단을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수의사가 병에 걸린 돼지는 약을 주고 면역력이 떨어진 돼지는 면역제를 투여하는 등 맞춤 조치를 시행한다. 일정 기간 뒤 다시 농장을 방문해 건강 지표가 회복됐는지 점검해준다. 혈액·면역 관련 데이터 분석에도 AI가 활용된다.
팜스플랜 솔루션엔 건강한 돼지도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축사의 온도, 습도, 산소 농도, 이산화탄소 발생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최적화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AI 헬스케어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팜스플랜을 도입한 농가는 돼지의 월 폐사율이 67% 줄었다. PSY(어미돼지 한 마리가 낳는 돼지 수)와 MSY(어미 돼지 한 마리가 생산한 돼지 중 출하된 돼지 수) 지표는 30%씩 향상됐다. 돼지에 들어가는 의약품 비용도 평균 65%가 줄었다. 돼지가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니 약을 쓸 일이 적어져서다.
투자업계에서도 한국축산데이터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작년 6월 4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이달초엔 200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축적된 AI 역량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 발굴·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소, 닭 등에 대한 헬스케어 솔루션 공급 확대에 주력한다. 가축의 유전자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건강·면역을 관리하는 생명공학 기술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는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현재 인도, 미국, 말레이시아 등 일부 농가에 팜스플램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더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고 해외 매출 늘려 세계적인 축산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IT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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