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전사자 묘역을 참배한 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일방적인 도발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해 주목받고 있다. 민간인 지역에 대한 북한의 불법 도발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밝혔다. 내일로 다가온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1주기를 맞아 묘역을 참배했다고 한다.
이 후보 발언이 지극히 당연한데도 주목받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취해온 대북 기조와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그간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북한군의 우리 측 감시초소(GP) 정조준 사격, 서해 해안포 사격에 대해 “굉장히 절제됐다”고 감싸질 않나, 국민 혈세 179억원을 들여 지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여당 대표는 “대포로 안 쏜 게 어디냐”는 망발을 늘어놨다. 대한민국 공무원을 사살한 뒤 불 태워도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없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고 온갖 미사일을 쏴대도 오로지 종전선언과 남북한 정상회담 성사에 매달릴 뿐이다.
연평도·천안함 전사자와 유족에 대한 홀대는 또 어떤가. 대통령은 전사자를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총선을 앞둔 지난해 처음 참석했으나 ‘북한’이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지난해 연평도 10주기 땐 대통령이 휴가 갔고, 청와대는 아무 메시지도 내지 않았으며, 통일부 장관은 대북 지원 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는 연평도·천안함 유족을 초청해 놓고 남북 정상이 손잡은 사진 책자를 나눠줬다. 거의 우롱 수준이다.
투철한 안보관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후보의 발언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이 정부에도 이렇게 촉구해야 한다. 혹여 안보를 청년과 중도층 표를 얻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긴다면 유족과 전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은 물론 지도자가 될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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