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남북협력기금을 정부안보다 107억원 증액한 1조2800억원에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남북협력기금이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에 투입되는데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다고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앞서 경(輕)항공모함 등 신무기 도입 비용을 역대 최대 규모인 6122억원 감액한 국회가 남북 대화 유지라는 명목하에 북한이 군사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예산은 증액하며 안보에 구멍이 뚫리게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에 철도·도로 협력을 포함한 4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경협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올려놨다”며 “명확한 사업 내역과 산출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비공개 사업이라며 끝내 사업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 의견을 무시한 채 오히려 정부안보다 증액해 표결처리함으로써 여야 협치를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외통위는 남북협력기금을 당초 1조2694억원이던 정부안에서 107억1300만원이 증액해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태 의원 발언을 끝으로 모두 퇴장하며 전체회의는 파행을 빚었다. 결국 표결에 부쳐진 남북협력기금 예산안은 민주당 의원들의 전원 찬성으로 통과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야당은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되는 북한의 철도·도로 개선사업이 북핵 고도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태 의원은 지난 9월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들며 “김정은 정권은 철도까지 미사일 기지화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의 철도 미사일 기지화에 악용될 우려 있는 북한 철도현대화 사업에 혈세를 왜 쓰려는지, 어디에 쓰려는지, 야당으로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남북협력기금을 예산 통해서 확보하더라도 무조건 사용하는 게 아니다”며 “도로 협력 사업이 이뤄졌을 때 ‘북한이 군용 비행기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어 안 된다’는 논리라면 남북 협력사업 중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가 ‘안보 불감증’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무기 도입 등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를 당초 17조3365억원의 정부안에서 6122억원 감액된 16조7243억원으로 의결했다. 해군의 숙원사업인 경항모 사업 예산은 당초 72억원에서 간접비 5억원을 제외한 67억원을 삭감했고, 조기경보기 사업 예산과 F-35A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비는 각각 3283억원, 200억원을 삭감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기자회견 파행을 두고 “경찰청장이 독도에 방문해 독도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20여 명의 경비대원을 격려하고 이들의 활동을 점검한 것은 청장으로서 임무수행한 것으로,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를 문제삼은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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