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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도 '소 부 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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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는 플라스틱이나 유리를 녹이는 소재중 하나이지만, 고순도의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의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대한민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공정의 핵심 소재에 대한 도입이 중단되고, 핵심소재에 대한 재고가 줄어들면서, 연 매출이 100조원이 넘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공정이 중단될 위기가 왔었습니다.
다행히 정부와 민간, 연구소와 대학이 함께 협력하여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산업분야에서 요소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전자회사가 제조하는 최신 핸드폰의 강점인 디스플레이, 카메라, 메모리, 배터리는 모두 한국에서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이들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30%을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최종 생산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꼭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인공지능에서는 최종 제품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분업이 어떻게 이뤄질까요?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어떤 것들이 고객이 찾는 최종 제품을 만들기 위한 조립 및 생산 기술이고, 어떤 것들이 소부장에 해당하는 원천기술 소재 및 부품 생산 기술이 될까요? 이것을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만, 먼저 인공지능 최종 제품은 AI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스피커, 의료 진단 및 처방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기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제품이 되기보다는 다른 제품의 고도화를 돕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하면, 전기 혹은 내연기관 엔진을 기반으로 구성된 자동차에서 앞의 유리 및 좌/우 사이드, 뒤의 상태를 확인하고 핸들, 가속페달 및 제동기를 구동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자동차에서 AI모듈이 차지하는 장치가 공간적으로도 작고 비용적으로도 최종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자동차의 자율운전에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장치를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엔진의 정의가 석유/가스등의 에너지를 물리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AI에서도 엔진은 데이터를 가공해서 사람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장치(알고리즘)로 정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AI의 엔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은 이런 엔진을 누가 만들고 있을까요? 어떤 엔진이 앞으로 여러 AI 응용에 있어 그 수요가 가장 많을까요? 저는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분야에서 어떤 엔진이 있는지는 다음의 몇 가지 예를 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딥러닝 학습을 하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어떤 회사에서 생산한 학습장치(GPU)를 사용하고 싶은가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많은 경우에 세계 최고의 딥러닝 학습 성능을 보이는 미국 회사의 GPU를 사용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국내 창업기업이 AI 시스템을 개발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서 서비스하고 싶다면, 어떤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을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서버 공급망을 확보하여 기술적으로 서비스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세계 1위의 클라우드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이런 1등 서비스를 선호하는 효과로 세계 클라우드 시장 1위인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AWS)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이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중국에서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OCR 및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는 업체와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반도체 업계가 세계 최고 순도의 불화수소를 찾기 위해서 일본 업체에 의존해 왔던 것처럼, AI 최종 생산품을 만드는 기업도 AI요소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AI요소 기술을 만드는 전문가 및 기업을 찾을 것입니다. 즉, AI에서도 소부장이 중요해 진 것입니다.

그럼 AI분야에서는 어떤 소부장이 있을까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앞차와 차선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AI, 수천만 명 중 한 명의 얼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AI, 주식이나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수십 장의 서류를 정확하게 요약하여 중요한 내용을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AI등 여러 요소 기술들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각국도 여러 분야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국에 있는 딥마인드가 강화학습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다가, 최근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을 발굴해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이런 AI의 시대에서 세계적인 경쟁을 확보 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거대한 통합적인 AI 시스템인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진단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우리가 집중하는 것 만큼의 관심을 조금 바꿔서, 세계적 수준의 AI 요소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영상 센서에서 인지한 물체에 대한 인식, 언어에 대한 인식, 변화하는 변수에 대한 예측, 최적 행동에 대한 결정 등 수 많은 요소 기술들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 인식 AI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당연히 경쟁력을 갖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활용되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AI내에서도 전략적인 분야를 발굴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전자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발굴해서 세계적인 소재를 만들게 되었고, 소재 및 화학 분야에서 배터리를 만들어서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가 구글, 아마존, 딥마인드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달성한 결과를 지금부터 따라가기 시작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소부장은 어떻게 발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합니다. 이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손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요소 기술이 세계의 여러 기업과 응용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어떻게 세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연구/개발을 하는 주체와 이를 지원하는 국가와 민간 투자기관이 AI분야에서도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투자를 할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재식 KAIST AI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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