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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공포에…따로 놀던 금·달러 함께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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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와 가치 저장 수단인 금값이 나란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대개 금값은 화폐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꼽히는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 푸는 속도를 늦출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와 금을 찾는 투자자가 함께 늘고 있다.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에 뛰는 금값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1871.1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6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금값은 완연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가 6.2%(연율) 상승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 10일 이후 금값은 3% 급등했다. 채권뿐 아니라 금 시장에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관측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경기가 둔화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올 들어 각국의 물가가 유례없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금값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물가가 곧 잡힐 것이라는 ‘일시적 인플레이션’ 전망이 우세해서다. 하지만 이달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금은 물론 통화정책 바로미터로 꼽히는 각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에 힘을 보태는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와 금광기업 주가도 오름세다. 캐나다 최대 금광기업인 배릭골드 주가는 지난주에만 7.3% 올랐다. 콜로라도 금광기업 뉴몬트 주가도 5% 상승했다. 씨티그룹은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첫째주(3~9일) 금값 상승에 ‘베팅’한 콜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 규모는 전주에 비해 50% 늘었다.
석탄 가격 상승 등 인플레 우려 커져
금값 상승 동력이 아직 남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를 끌어올린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이달 10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던 미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일제히 오름세로 바뀌었다. 석탄 가격 상승세도 심상찮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동부 석탄 가격 기준치인 중부 애팔래치아 석탄 현물은 12일 USt(쇼트톤·1USt=907.2㎏)당 89.75달러에 거래됐다. 2009년 이후 12년 만의 최고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석탄은 장기계약 방식으로 판매된다. 수요가 갑자기 늘면 현물 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크다. 벤 넬슨 무디스 부사장은 “석탄은 구매 요구가 늘어도 공급 탄력성이 낮아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올해 미 석탄 화력 발전량이 지난해보다 22% 늘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EIA는 전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 넘게 급등하자 석탄 화력 발전을 가동하는 곳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값 장기 상승엔 한계” 평가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만 금값이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식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가고 있어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금의 역할을 비트코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역사가 길지 않아 유동성이 넘칠 때 가치가 오르는 것만 확인됐다고 평가절하했다. 경기가 침체되고 인플레이션이 길어졌을 때 비트코인 등의 가치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강(强)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금값을 끌어내릴 것이란 분석도 많다. Fed가 돈줄을 죄면 달러 가치가 오른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5.437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밖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금값은 더 비싸진다. 자금 유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것도 장기적으로 금값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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