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또다시 정치권 설화의 주인공이 됐다.
고 의원이 지난 13일 공공 기관 대상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를 예고하며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고 의원은 "분교인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블라인드 테스트 덕에 KBS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를 두고 학교 커뮤니티 안팎에서는 ‘이원화 캠퍼스’를 분교처럼 표현했다느니, 블라인드 채용이어야만 취업하는 자격 미달 학교로 규정했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당초 블라인드 채용의 목적은 편견이 개입됨으로 인해 차별을 야기할지 모르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을 기재하지 않고, 지원자의 실력만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라면서 "고 의원은 법제화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었겠지만, 그 방법에 있어 ‘자기 비하’ 내지는 ‘자기 폄훼’의 방식을 선택하여 학교 재학생 및 선후배들로부터 비난을 자초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고 의원은 작년 4월 21대 총선 민주당 광진을 예비후보로 전략 공천 대상이 되었을 당시에도, 자신의 SNS 학력 소개란에 ‘서울 캠퍼스’라고 하는 바람에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로 고발당해 내용을 수정한 전력이 있다"면서 "논란이 거세자 고 의원은 이번에도 결국 자신이 올린 글을 수정했다. 이번 사태는 법안 발의의 당사자조차 해당 법안이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고 의원 골 때린다"면서 "자신이 '경희대 수원캠퍼스' 출신인데도 KBS 아나운서가 된 것은 학력을 가린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제2의 고민정 탄생'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법을 만든다고 한다"고 적었다.
전 전 의원은 "'블라인드채용'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면 오래전에 '경희대 수원캠'라고 밝혔어야 한다"면서 "문제는 경희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분교와 본교'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희대에서 KBS 아나운서가 나온 게 '블라인드의 기적' 아니면 안 될 정도인가"라며 "고민정, 골 찼다 하면 '자책골'이다"라고 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고 의원의 '분교' 발언 논란을 두고 성명을 통해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가지는 발언의 사회적 영향력을 간과한 무책임하고 경솔한 언행임이 분명하다"며 비판했다.
총학생회 측은 "고 의원은 각종 인터뷰에서 지속해서 유사한 문제 발언을 이어오며 모교를 욕보이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며 "경희대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정치적 스토리텔링의 극적 선전을 위한 발언이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대한 인식을 격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못 했느냐"며 "고 의원의 배려 없는 언행으로 모교를 블라인드 채용 제도 아니면 취업조차 힘들었던 대학으로 폄하시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학생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이원화 캠퍼스에 대한 인식이 고 의원의 발언으로 각종 기사화되며 무너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답답함이 혹시 이해되느냐"라며 "저희 학생들은 의원님이 부끄럽다. 모교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은 언행이, 정치인으로서 더 나은 미래가 아닌 불확실한 편견을 제시한 행동이 부끄럽다"라고 했다.
고 의원이 입학할 당시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분교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는 국제캠퍼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 서울캠퍼스와 합쳐졌다.
고 의원의 한 해 선배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학교 이름에 그만 먹칠하라"면서 "더 많은 이에게 기회를 주는 블라인드 채용은 좋다. 그러나 한가지 묻겠다. 청와대 대변인 선출, 광진구 국회의원 공천도 블라인드였나"라고 반문했다.
고 의원은 '분교' 후폭풍이 거세진 상황에서도 페이스북 글에서 '분교'라는 표현을 슬쩍 빼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