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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쩌다 나라살림을 국민이 더 걱정하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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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하는 비율이 22.0%에 불과하다는 한경 여론조사(11월 9일자 A1, 4면 참조)는 국민의 각성과 위기의식을 잘 보여준다. ‘추가 지급 자체를 반대한다’는 국민이 47.7%로 절반에 육박했다. ‘취약계층 선별지급’(29.6%)과 합치면 77.3%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무차별 지급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공짜돈을 받게 될 국민도 ‘내 주머니’ 사정보다 텅 비어가는 나라곳간(국고)을 더 걱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며칠 새 나온 다른 여론조사들도 결과는 비슷하다. KBS 조사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공감하지 않는다’가 67.9%이고 ‘공감한다’는 29.3%에 그쳤다. 보수·중도·진보 등 이념 성향을 불문하고 ‘비공감’이 높았고, 호남을 뺀 전 지역과 모든 연령층에서 같은 결과를 보였다.

코로나 초기에 절반 이상이 전 국민 지급에 찬성했던 여론과는 확연히 다르다. 세금으로 메워야 할 적자국채 발행액이 올해까지 두 해 연속 100조원 넘는 등 나랏빚이 청년세대와 국가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일 것이다. IMF가 향후 5년간 국가부채 증가속도에서 한국이 선진 35개국 중 1위라고 경고한 마당에 이런 민심 변화는 꽤나 고무적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액수를 구체화하며 내년 1월 지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초과세수를 ‘40조원’으로 부풀렸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미국도 3차례나 전 국민 지원금을 풀었다’며 사실관계를 호도했다. 실제 초과세수는 10조원 남짓으로 추정되고, 미국의 지원금은 전부 선별지급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자영업자 손실 전액보상안 역시 비례와 형평에 맞는지 의문이다. 피해자에게 두텁게 맞춤지원하자는 방향은 옳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100일 안에 50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푸는 방식은 선거용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빚 내서 지탱하는 국고 사정과 다른 피해 업종 간의 형평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5년을 이끌 대선후보라면 무차별 돈 풀기가 가져올 경제전반의 악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9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고 원자재·곡물값이 가파른 오름세인데,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더해지면 인플레이션을 재촉하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 어떤 정치꾼이 정책대결을 빙자해 매표 행위를 하는지 국민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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