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한 ‘토종’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를 투여받는 국내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조건부 승인 6개월 만인 지난 8월 누적 투약 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고 10월에는 2만 명을 넘겼다. 렉키로나보다 반년 먼저 승인받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환자 수를 일찌감치 앞질렀다.
셀트리온은 ‘게임 체인저’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등판에 긴장하면서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먹는 치료제가 나와도 항체 치료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고 갈 길을 가겠다는 전략이다.
8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렉키로나를 투여받은 누적 환자 수는 지난 5일 현재 2만1366명이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를 맞은 누적 환자(1만9556명)보다 약 10% 많다. 지난달 초 렉키로나 투여 환자 수가 렘데시비르를 앞지른 이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렉키로나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정맥 주사제 형태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조건부 허가 7개월 만인 9월 투여 가능 환자 범위를 늘려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하다시피 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시장에서 렉키로나의 선전은 눈에 띈다. ‘안방’인 국내에서 특히 그렇다. 렉키로나를 맞은 누적 환자 수는 조건부 승인 6개월 만인 8월에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2만 명을 돌파했다. 렘데시비르가 지난해 7월 승인 1년 만에 1만 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보급 속도가 빠르다. 렘데시비르의 누적 투여 환자 수는 아직 2만 명에 못 미친다.
렉키로나는 정식 품목허가를 받은 9월 이후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렉키로나는 △9월 16일 1만4857명 △23일 1만5495명 △30일 1만6862명 △10월 7일 1만7786명 △14일 1만8681명 △21일 1만9521명 △28일 2만225명 △11월 4일 2만1366명으로 매주 ‘천(千) 단위’가 바뀌고 있다. 10월 이후 전주 대비 누적 투여 환자 수 증가율이 렘데시비르는 2~3%인 데 반해 렉키로나는 4~5%에 이른다.
셀트리온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약품청(EMA)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도 품목 허가 신청 전 미팅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EMA에는 임상 결과뿐 아니라 지난 2월 국내 승인 이후 실제 환자에게 투여해 나타난 치료 데이터를 분석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양대 시장인 유럽과 미국 진출이 지체될 가능성에 대비해 제3국가부터 공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브라질 시장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은 8월 브라질 정부로부터 렉키로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와도 중증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사제 처방은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일라이릴리의 항체 치료제(밤라니비맙·에테세비맙) 61만4000도스를 추가 구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먹는 치료제까지 나오면서 주사제 형태의 항체 치료제 처방을 받을 입원 환자 자체가 감소해 렉키로나 수요도 주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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