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가 공공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재건축초과이익환수가 면제되는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한다. 정부가 올초 ‘2·4대책’에서 내놓은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첫 단지다.
2일 정비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마곡 신안빌라는 공공직접시행 재건축 추진을 위한 선도사업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 주민 10% 동의 등이 확보돼 강서구에서 수시공모를 통해 접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 마곡동 237의53 일대 234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인근 상가를 허물고 410가구 규모 아파트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1984년 준공한 이 단지는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18년 강서구로부터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인근 상가에서 “상가를 제외한 조합설립은 잘못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10여 년을 허송세월 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직접시행은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 소유주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비계획을 변경해 상가조합원을 포함하는 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곡 신안빌라는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을 추진하는 1호 단지가 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은 조합이 아니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땅을 수용해 사업을 직접 추진하게 된다. 최근 예정지구 지정 등이 시작된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과 같은 방식이지만 기존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가 면제되고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을 적용받을 수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만큼 사업 속도도 빠르다. 기존에 13년 이상 걸리던 사업 기간(정비구역지정~이주)이 5년 내로 단축될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다만 첫발을 떼긴 했지만 공급효과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도입한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9만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의 호응이 많지 않다. 공공직접시행의 경우 관련법이 국회 소위에 계류돼 있어 법적 근거마저 마련되지 않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법이 통과돼야 본격적인 후보지 선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건축은 자체적으로도 사업성이 좋은 곳이 대다수인 데다 공공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강해 조합원들이 뜻을 모으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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