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신산업·탄소중립 2.2조 집중투자…청년에 1조 쓴다

서울시가 내년에 역대 최대규모인 44조원의 예산을 푼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확장재정을 편성했다. 미래 신산업과 탄소중립 등 도시 경쟁력 강화에 2조2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청년사업에 1조원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것이 이번 '오세훈표 예산'의 특징이다.

다만, 서울시의 내년 예산안이 계획대로 서울시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산이 대폭 깎인 민간 위탁·보조금사업의 관련 단체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격적 확장재정 편성한 서울시

서울시는 1일 서울시의회에 44조748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올해 예산(40조1562억원)보다 9.8%(3조9186억원)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시는 빚을 많이 늘리기 보다는 강도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3조719억원(13.3%) 증가한 23조956억원으로 추계됐다. 경제성장률(3.0~3.6%)과 주택가격 평균상승율 예측치(4.7%) 등을 감안해 올해보다 세금이 많이 들어 올 것을 전제한 것이다.

내년 지방채 발행규모는 1조7089억원으로, 올해(2조2307억원)보다 23.4% 줄일 계획이다. 또 기존 사업 중 비효율적인 부문에 대해 1조1519억원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시는 강조했다. 여기에는 민간위탁 보조사업 절감분 832억원, TBS(교통방송) 출연금 삭감 123억원 등이 포함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예산안은 그동안 흐트러진 재정집행을 정교하게 만들어 시민들 삶의 질 위주로 바로잡는 '서울시 바로세우기'와 서울 미래를 위한 투자, 이 두가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도시경쟁력 강화·청년에 집중 투자

이번 예산안의 3대 투자 중점사항은 △민생과 일상의 회복(2조2398억 원) △사회안전망 강화(3조4355억 원) △도약과 성장(2조2109억 원)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홍릉바이오· 의료앵커(352억원), 양재 인공지능 혁신지구(262억원) 전기· 수소차 보급(1367억원) 등 미래 신산업 육성과 디지털, 탄소중립 전환 등 글로벌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2조원이 넘은 예산을 배정했다.

청년 사업에는 9934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7486억원은 청년 주거 지원에 사용된다. 서울청년수당(602억원), 청년대중교통비(153억원), 청년취업사관학교(172억원) 등도 눈에 띄는 사업이다.

그 밖에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손실 보전에 총 6728억원이 들어가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지하길에 726억원이 배정되는 등 인프라에도 예산이 집중 투입된다.

오 시장의 핵심 복지공약 중 하나였던 안심소득은 74억원을 편성해 5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서울형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 구축과 운영에는 113억원을 편성했다.

○서울시의회 송곳검증 '예고'

이 같은 '오세훈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무턱대고 이전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선 안 된다”며 “개인의 셈법에서 나온 정치 행보를 보이면 안 된다”고 오 시장을 우회 비판했다.

또 다른 시의회 관계자는 "특정 표심을 얻기 위한 예산안은 아닌지, 서울시 전체를 보고 편성한 예산안이 맞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걸로 안다"며 "현금성 지원 부분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은 서울시의회 심의를 거쳐 연말께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하수정/정지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