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 '지역화폐' 사업 예산 증액에 대해 "적극적으로 심의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지사 찬스'에 이어 '여당 프리미엄'에 착수했다고 비난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 증액뿐만 아니라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서민금융법·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안 등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설 것이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허 대변인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역화폐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불분명하며, 오히려 자원 배분 비효율로 국가적 손실을 끼칠 수 있다"며 "다수 의석을 활용한 사실상 입법권 남용이자 의회 폭거 행위"라고 했다.
이어 "지역화폐가 활성화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자들은 그 지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아닌, 지역화폐 운영대행사다. 경기도 지역화폐 운영대행사 코나아이에는 이재명 후보의 측근이 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며 "송영길 대표는 집권 여당의 책임자다. 대선 후보의 승리도 급하겠지만, 국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내려놔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대로 된 공약 검증과정도 없이 자당 후보의 포퓰리즘성 공약을 그대로 입법화하는 것은 국민 세금만 더 축내는 격"이라며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처음으로 '나랏빚 1000조 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 한 사람당 2000만 원이 넘는 빚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가채무는 더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자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 후속 세대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것이냐"며 "문재인 정권의 온갖 정책 실패에 죄 없는 국민들만 고통받아왔다. 더 이상의 '민주당 리스크'를 국민의힘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송 대표는 전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화폐 사업 예산과 관련 "정부가 예산을 대폭 축소했는데 증액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화폐 예산은 이재명 후보도 지적했다"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꼼꼼히 챙기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사실상 자당 후보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30일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77.2% 삭감한 2022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조522억 원이던 관련 예산은 2403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증액해도 모자랄 판에 삭감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당시 이들을 만난 이재명 후보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경제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 동네 자영업자들이 살 수 있겠냐"고 직격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