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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1년 반…운전자보험 가입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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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고 있는 A씨(67)는 최근 자가용으로 편도 1차로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에 주차돼 있던 차량 사이로 뛰쳐나오는 8세짜리 남자아이를 그만 치고 말았다.

시속 20㎞로 서행 중이었던 데다 횡단보도도 아닌 곳에서 갑자기 달려나오는 아이를 피해 차를 멈춰 세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곧바로 형사 입건됐다. 다행히 피해 어린이가 전치 3주로 부상이 크지 않아 별도의 합의 절차 없이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는 선에서 종결됐다. 마침 운전자보험에도 가입해 있던 A씨는 벌금 등 명목으로 보험금을 수령해 금전적인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민식이법’ 시행 후 신계약 가입 52%↑
스쿨존 내 어린이 상해·사망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일명 ‘민식이법’)이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시행된 이후 운전자보험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에 따른 벌금이나 형사합의금(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으로 민사상 상대방의 대인·대물 피해를 보상해주는 자동차보험과 구별된다. 실제 자동차보험은 강제보험으로 1년 단위로 갱신하지만 운전자보험은 3년 이상 장기 보험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운전자보험 신계약 체결 건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해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총 600만208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393만4149건) 52.5% 급증했다. 국내 운전자보험 시장에서 이들 5개사의 점유율 합계 비중은 전체의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운전자보험 가입이 급증한 것은 민식이법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민식이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2분기 신계약 체결 건수만 183만3194건으로 전년 동기(70만1459건) 대비 165.6% 폭증했다. 그 이후에도 분기별로 100만 건 안팎씩 신계약 체결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민식이법에 따라 개별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스쿨존 사고 위험 손실액이 대폭 늘어나면서 운전자보험의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부각된 것”이라며 “월 1만~2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벌금 3000만원, 형사합의금 1억원, 변호사 선임비 2000만원 등 선에서 보장받는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보험 대비 낮은 손해율도 장점
높은 손해율로 사실상 ‘적자 상품’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운전자보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손해율로 보험사들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교통량이 감소한 측면도 있겠지만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스쿨존 사고가 줄어든 게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을 낮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낮은 보험료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사고 피해자에겐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보험 본연의 기능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전년(2019년) 대비 15.7% 감소했으며 사망자 수도 50% 줄었다.

■ 운전자보험

교통사고에 따른 벌금이나 형사 합의금(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비 등을 보장하는 임의보험. 자동차 소유주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이 주로 민사상 상대방의 대인·대물 피해를 보상한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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