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는 427회 무단이탈한 근로자를 해고한 걸 부당하다고 봅니까"
12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감에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한 질의 내용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연결고리'이자 유동규 본부장의 측근으로 지목되는 정민용 변호사는 지난해 6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판정서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2014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2019년부터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승진해 근무해 왔다.
정 변호사는 2014년 1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원거리 출퇴근을 이유로 근무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설정하는 시차출퇴근을 시작했다. 정 변호사는 2016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근무시간 중인 7시부터 50분간 진행되는 수영반을 등록해 다닌 사실이 밝혀졌다.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이다. 또 이미 2017년 12월에는 회사에서 20분도 걸리지 않는 곳으로 이사했음에도 시차출퇴근을 지속했다.
결국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의 제보를 받은 공사 내부 감사 결과, 정 변호사는 2017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총 427회의 근무지 이탈과 103회의 출퇴근 지문 누락, 6회 무단 조퇴를 한 것이 밝혀졌다. 공사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5월 18일 정 변호사에게 징계 해고를 통지했다. 이에 정 변호사가 지난해 6월 22일 경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것이다. 이런 근태에도 불구하고 정 변호사는 2019년 11월에는 근무평정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부서장으로 승진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경기지노위는 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지노위는 “그간 공사가 정 변호사의 근무지 이탈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주의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보면 공사가 정 변호사의 복무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징계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업무에 큰차질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해고 처분이 과하다는 의미다. 중노위도 경기지노위의 판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사가 정 변호사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것 자체가 ‘봐주기’인데, 이 점을 근거로 들어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정 변호사는 올해 2월 강등 형식으로 원직 복직됐지만 하루만에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이후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 유원홀딩스를 차렸다.
한편 노동위원회 판정 과정에서 정 변호사는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여러 정황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을 맡아 이 사건 공사에 1800억원의 이익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 변호사는 지노위에 제출한 구제신청서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참고인으로 6개월 간 조사를 받고 법정 증인으로 나가 무죄를 받게 해 회사가 입을 손해 등을 미연에 방지했다”고도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틀에 한번 꼴로 무단이탈한 사람을 해고했는데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수근 위원장은 "상당히 특이한 근로자였다고 생각한다"며 "보는 사람에 따라 중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에 기여한 부분이나 재판에서 증언한 부분 등은) 징계 양정을 판단할 때 고려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