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해오던 연 2.0% 금리의 수시입출금식 예금통장 발급을 조만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출범 1주일 만에 ‘대출 올스톱’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출이자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예금이자 부담만 더 늘면 토스뱅크의 건전성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금융당국이 토스뱅크의 가계대출 한도를 추가로 늘려주지 않는 한 하염없이 대기 중인 사전 신청자 116만여 명의 상당수가 연말까지도 계좌를 개설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전 신청자 116만여 명 대기 중
10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대기 중인 수시입출금식통장 사전 신청자 수는 116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부터 받은 사전 신청자 150만 명 중 40만 명이 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이용 중이다. 이 통장은 납입한도·기간 등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2금융권 정기예금 수준인 연 2.0%의 금리를 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화제를 모았다.토스뱅크의 사전 신청자 수는 출범 전날인 지난 4일 106만 명에서 최근 150만 명까지 불어났다. 이에 토스뱅크는 출범 첫날에만 15만 명의 사전 신청자가 계좌를 열었다. 당초 전원에게 출범 첫날 서비스를 할 예정이었지만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적용받으면서 순차적으로 서비스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추가 발급량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연 2.0%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지난달 출시를 예고했을 때부터 은행권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출은 만기가 정해져 있는 반면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출금리는 1금융권 수준이지만 예금금리는 2금융권 수준이어서 ‘역마진’이 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토스뱅크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다른 은행에 비해 높게 가져가면서 발생한 이자이익을 고금리 예금상품으로 돌릴 계획이었다. 실제 토스뱅크가 당국에 약속한 연말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34.9%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보다 높다. 앞서 나간 대출액 가운데 25% 이상은 중저신용대출로 알려졌다.
다음주 대출 중단…예금도 뒤따를 듯
문제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중저신용대출조차 한도가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기준 토스뱅크가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잔액은 3000억원으로 당국이 요구한 총액(5000억원)의 60%에 달한다. 이 속도라면 다음주 초부터 더 이상 대출을 내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토스뱅크가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계속 계좌를 개설하면 대출금리로 얻는 수익 없이 예금이자만 비용으로 부담하게 된다. 연 2.0% 금리 수시입출금식 통장 발급도 중단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이유다.납입한도가 없다는 점도 토스뱅크로서는 부담이다. 앞서 통장을 개설한 기존 고객이 계좌에 거액을 입금하면 예금이자를 내주는 부담도 함께 커진다. 토스뱅크는 정식 출범 전 신청을 마친 100만 명가량의 사전 신청자에게 가급적 이달 내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스뱅크 측은 “계획대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열 수 있도록 당국과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뱅크의 영업 중단 여부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비중이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에 한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당국은 여전히 “토스뱅크의 안타까운 처지는 이해하지만 가계부채 관리에 예외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