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증액 문제로 이번 달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우려됐던 미국이 일단 오는 12월 초까지 시간을 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7일(현지시간) 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12월 초까지 4800억 달러(약 571조원) 늘리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대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현행 28조4000억달러 규모의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약 28조9000억달러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하원의 표결도 거쳐야 하며 가결이 예상된다. 하원이 언제 표결에 나설지는 불분명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 후 "공화당이 위험한 당파적 게임을 했고 그들의 벼랑끝전술이 먹히지 않아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상원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날 부채 한도를 12월 초까지 단기적으로 4800억 달러 늘리고 그사이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는 방안에 합의했다.
단기 법안 합의로 급한 불은 끄는 것이지만 12월 초까지 장기적 대책 마련을 두고 양당이 팽팽한 기싸움을 재연할 가능성이 커 디폴트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셈이다.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을 법률로 정하는 미국은 2019년 의회가 올해 7월 말까지 상한선 설정을 유보하기로 했지만 후속 입법에 실패해 8월부터 비상수단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고 이마저도 오는 18일께 고갈돼 디폴트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부채한도 설정을 내년 12월 16일로 또다시 유보하는 법안을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지만 공화당 저지로 두 차례 부결됐다.
이번 합의는 부채한도 설정을 12월로 유예하자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타협안을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공화당의 제안에는 민주당이 예산조정 절차를 발동해 장기적인 부채한도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간 부채한도 관련 법안 처리에 공화당 협조를 기대했지만 공화당은 예산조정 절차를 사용하라며 버텼고 민주당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규정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