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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말의 무게' 1초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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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은 강하다. 때론 총·칼보다도 더 세다. 외마디 외침이 세상을 바꾸고, 따스한 말 한마디가 죽을 사람도 살린다. 또한 말의 힘은 균등하지 않다.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입을 떠난 말은 겨눈 표적을 정확하게 가격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으로 파편이 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분명 달을 보라고 가리켰건만, 상대방 눈길은 그저 손가락 끝에 머물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메신저》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리는지, 어떤 사람의 말이 믿음을 주는지, 메시지가 왜곡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메신저로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떤 기술을 갖춰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팔린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저자 중 한 명인 스티브 마틴과 행동심리학자 조지프 마크스가 함께 썼다.

인간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 이성적으로 사고한 끝에 나온 결론이라 믿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중한 제안을 하거나 정확한 예측을 내놓았음에도 무시당하고 조롱거리로 전락한 사람이 너무 많다. 정확한 예언을 내놓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지 않는 ‘카산드라의 저주’는 일상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판단을 내릴 때 근거가 되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다. 같은 말도 누가 전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 인간의 두뇌는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풀가동’돼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우리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는지, 전문성이나 경험이 있는지, 마음이 순수한지, 사기를 치려는 것인지, 신뢰감을 주는 외모인지 등을 따진다. 메시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다.

따라서 예로부터 효과적인 메신저가 되기 위해선 △역량이 있거나 △도덕적으로 존중받을 만하거나 △위협적이거나 △호감을 주거나 △불쌍한 모습 중 하나를 택하라는 조언을 들어왔다. 저자들은 이들 조언을 다시 ‘하드 메신저’와 ‘소프트 메신저’로 양분해 재배치한다. 메시지가 관철되는 것은 대중이 메신저의 우월적 지위에 주목해 따르거나 유대감을 통해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드 메신저는 높은 지위와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거나 혹은 소유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말한다. 하드 메신저가 전하는 메시지는 메신저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역량, 지배력, 매력에 따라 영향력에 차이가 있다. 트위터 팔로어가 1억 명이 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2007년 CNN의 한 프로그램 도중 오바마 지지 발언을 해 101만5559표를 추가로 오바마에게 안긴 것으로 평가되는 오프라 윈프리 등이 대표적인 하드 메신저다.

반면 소프트 메신저는 대중과의 유대감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그들은 타인과 연계하며 협력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교감한다. 사람들이 정보를 구할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나 최고경영자(CEO)를 찾지 않듯, 일상과 공적 생활의 수많은 결정이 소프트 메신저의 영향을 받는다. 온화함과 취약성, 신뢰성을 비롯해 흔히 하드 메신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카리스마도 소프트 메신저의 성공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드 메신저와 소프트 메신저가 끼친 영향은 삶의 여러 층위에 녹아들어 있다. 길을 막고 있는 앞차가 최고급 차량이면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기 전에 주저하게 된다. 청중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길 원하는 하드록커는 강인하게 보이고자 몸에 문신과 피어싱을 한다. 복잡한 소송을 결정짓는 것은 법 논리가 아니라 원고와 변호사의 인상과 태도인 경우도 없지 않다. 아기와 젊은 여성이 광고 모델로 인기가 높은 것도 유용한 메신저로서의 가치가 고려됐기 때문이다.

때론 고정관념이 변신을 노리는 메신저의 발목을 잡는다. 여성의 미덕으로 간주되는 배려와 온화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여성은 소프트 메신저’라고 대중에게 각인된 탓이었다.

이처럼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세상에서 메신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만큼 어떤 사람의 말을 들을지,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는 게 중요해졌다. 메시지를 수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도 훌륭한 메신저의 자질을 탐구할 필요가 커졌다. 유능한 메신저의 비결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이 책의 가치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다만 다소 산만하고 지루하게 논의가 이뤄지는 탓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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