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만 다를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업체가 상반된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의 이중잣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서비스 구조에 차이가 있고 두 업체가 각기 다른 법률(변호사법,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적합한 판단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핀테크도 자유의사 따라 계약”
법무부는 지난 8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로톡 서비스는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의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톡은 법률 소비자들이 지역이나 분야(이혼, 상속, 성범죄 등)별로 변호사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변호사법상 대가를 받고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이 변호사들을 중개해 주는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로톡을 중개가 아닌 단순 광고 플랫폼으로 판단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금융위는 지난 7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앱을 통해 각종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행위를 중개라고 봤다. 미등록 중개 행위를 하고 있는 만큼 금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특정 상품 선택시 플랫폼 안에서 상세정보 제공이나 계약체결, 투자금 송금, 투자내역 관리 등이 가능한 만큼 빅테크·핀테크의 금융 플랫폼을 “광고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로톡에서도 이용자가 변호사의 학력, 경력, 주요 승소사례 등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앱을 통해 전화와 영상, 방문 중 한가지를 골라 해당 변호사와 상담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핀테크의 서비스 체계와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에서도 소비자가 자유 의사에 따라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중개행위의 본질은 A와 B의 ‘매칭’인데 매칭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계약체결을 지원한 것을 중개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로톡은 광고 플랫폼을 자처하지만 실제론 소비자와 변호사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로톡이라는 브랜드도 내세우고 있어 단순 광고대행 역할에만 그치는 것도 아닌 만큼 금융위가 빅테크에 내린 판단 대로 로톡도 중개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로톡과 핀테크는 엄연히 달라”
반면 로톡과 핀테크의 수익체계를 따져볼 때 상이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로톡을 광고형 플랫폼으로 봐야 하는 핵심적 이유 중 하나로 “월 정액제 광고 기반 플랫폼”이란 점을 들었다. 반면 핀테크는 대부분 앱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실적에 따라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법무부는 앞서 광고형 플랫폼을 ‘플랫폼 업체가 계약 체결에 관여하지 않고 정액의 광고료를 취득하는 형태’로, 중개형 플랫폼을 ‘이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 플랫폼은 결제 대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취득하는 형태’로 정의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로톡과 핀테크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의 경우 의뢰인이 상담 등 추가 단계를 거쳐 최종계약(수임) 여부를 결정한다”며 “플랫폼 안에서 사실상 최종 계약 여부를 결심하게 되는 금융상품보다 소비자의 오인 우려가 덜하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법과 금소법에서 중개 행위를 금지하는 주체는 각각 ‘누구든지’와 ‘미등록 업체’”라며 “중개 플랫폼으로 판정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로톡과 달리 핀테크는 등록만 하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 오히려 규제가 덜 빡빡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개와 광고 개념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그동안 핀테크 육성 정책을 펴온 금융위가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일을 앞두고 급격히 방향을 선회한 것이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명확한 규제는 과도한 규제 만큼이나 산업의 발달과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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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