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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토지개발도 자유시장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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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토지개발도 자유시장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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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투자한 총액의 1150배를 배당금으로 가져간 ‘대장동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누가 봐도 과도한 배당 아닌가. “비상식적”이라고 국무총리까지 지적했을 정도다.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이유다. 이에 대해 수익이 높은 건 위험 요인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개발사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은 위험 요인이 거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강제로 땅을 수용해주기에 토지 확보에 따르는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분양률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대장동은 생활시설·교육여건·교통 등 주거조건을 고루 갖춘 금싸라기 땅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 지사 측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5500억원의 공공 수익을 가져온 최대 치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면 공원, 도로 등 공공시설을 설치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게 돼 있어 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대장동 게이트는 성남시라는 관(官)이 권력을 행사해 시민들의 땅을 평당 50만원이라는 ‘헐값’에 수용해 ‘특정 개인들’이 수천억원을 벌게끔 특혜를 부여한 것, 간단히 말해서 권력 남용형 특혜 사건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특혜 의혹에 연루된 사람은 지자체, 개인 사업가, 유력 정치·법조인들이다. 그들이 ‘분배동맹(맨슈어 올슨)’을 형성해 정치적 이권을 추구한 결과가 3억~4억원 투자로 벌어들인 4040억원의 수익이다.

그런 동맹은 흔히 혈연, 학연은 물론 이념·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 엮인 배타적 집단이다. 이런 집단이 지배하는 경제가 ‘정실 경제(crony economy)’다. 정실 경제는 우리와 그들을 구분해 끼리끼리 나눠 먹던 종족·농경사회의 유물이다(프랜시스 후쿠야마). 이런 닫힌 사회의 정신이 대장동 게이트를 만들어냈다.

동맹 관계 속에서 특정 지역 개발과 관련된 정치적 결정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그 개발에 공공의 필요가 있는가, 누가 개발에 참여할 것인가, 토지 수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관한 지자체의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게 분배 동맹 구성원들이다. 그런 결정으로부터 가장 큰 희생을 당하는 사람은 원주민이다. 지자체는 원주민의 땅을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강제수용’ 권력이 있다.

공공 필요에 따라 토지를 수용할 때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지만(헌법 제23조 3항) ‘공공 필요’ ‘정당한 보상’의 개념이 모호한 나머지 정치적으로 악용된다. 공시가격으로 수용하고 시세대로 분양하는 것도 원주민에 대한 착취 도구다.

토지 개발을 시장질서에 맡긴다면 그런 착취를 우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알박기 문제’가 있지만, 원주민 95%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법적 제도만 존재하면 문제 될 게 없다. 시장에는 ‘비상식적으로’ 높은 거액의 수익도 있을 수 없다. 그런 수익은 오로지 정치적 권력의 비호를 받는 독점사업가에나 있을 뿐이다. 수익성이 높으면 언제나 기업들이 진입해 높은 수익이 각자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가는 이윤의 사회화 과정이 자생적으로 생겨난다.

정실 경제는 불공정한 경제체제다. 생산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을 통해서 생긴 부(富)를 끼리끼리 나눠 먹기 때문이다. 정·관계와 연줄이 있는 사람만이 부의 큰 몫을 차지하게 하고, 그런 연줄이 없는 흙수저가 올라갈 사다리를 걷어차는 게 정실주의다.

350억원 규모의 정·관계 금품 로비 정황이 드러나는 등 대장동 의혹이 보여주는 것처럼 돈이 정실 패거리들에게 흘러가 비생산적으로 사용된다. 정실 경제에서 부의 불평등은 성장, 고용, 빈곤 등 경제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친다. 그러나 자유시장은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일 뿐만 아니라 시장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경제에 순기능만 할 뿐이다.

따라서 닫힌 정신의 정실 정치를 버리고 열린 사회의 시장질서를 믿어야 한다. 열린 정신으로 토지 개발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시장질서는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두려워해야 할 건 정치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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