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사기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반면, 사기 피해액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12만3168건의 중고거래사기가 발생해 피해액만 897억5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만4564건, 2899억7300만 원의 중고거래 사기가 일어났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매일 217건씩 1억1349만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중고거래사기는 2014년 4만5877건에서 2019년 말 8만9797건으로 6년 만에 두 배가 넘었고, 2020년 말 12만3168건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3만건이 늘면서 10만건을 훌쩍 넘기더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 발생 건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액이다. 중고거래사기 피해액은 2014년 202억15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9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중고거래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도로 2만6768건이 나왔다. 다음으로 서울(1만7130건), 부산(1만6440건), 경남(9010건), 인천 순으로 발생했다.
유동수 의원은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약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사이버금융범죄의 경우에만 은행이 의무적으로 계좌지급정지를 하도록 한다”며 “중고거래사기, 게임 사기 등 인터넷 사기는 사이버금융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계좌지급정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 지급정지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중고거래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피해자가 계좌지급정지를 하려면 가해자의 이름과 계좌번호 등 기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법원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고거래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치를 청구하려면 금액의 10%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시간도 3개월가량 걸린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은행에 가압류를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청구 금액의 5% 비용이 들어간다. 이르면 3~4일, 보통 7일 정도 걸려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유 의원은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은 선진국은 중고거래사기 등 인터넷사기를 사이버금융범죄와 구분하지 않고 빠른 피해금 회수나 지급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확대 및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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