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탄소중립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올 상반기 독일에서 석탄이 풍력을 제치고 가장 많이 사용된 에너지원으로 기록된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은 상반기 발전량(258.9TWh) 가운데 석탄이 27%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전력원 가운데 1위다. 지난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풍력 발전은 2위로 밀려났다.
독일에서 올 상반기 석탄 발전 비중은 작년 상반기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천연가스 비율은 1%포인트 오른 14%로 집계됐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12%로 지난해 상반기와 같았다. 탈원전 대표 국가인 독일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원전 6기를 내년 말까지 모두 폐쇄할 방침이다.
독일에서 올 상반기 풍력 발전 비중은 22%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29%)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201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풍력 발전량이 줄어들며 전체 발전원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도 절반 아래(44%)로 내려갔다.
독일이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는 것은 불규칙한 날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공영매체 도이체벨레(DW)는 “작년 1분기엔 폭풍이 몰아치며 풍력 발전량이 많았지만 올해 1분기엔 바람의 세기가 약해졌다”고 했다. 이로 인해 풍력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졌고 결국 석탄으로 부족한 발전량을 메웠다는 얘기다. 석탄 발전이 이대로 증가하면 2045년까지 실질 탄소 배출량을 제로(0)화한다는 독일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풍력 발전량 감소는 물가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독일 전기요금 상승으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3.4%)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영국에서도 북해 풍력 발전량이 줄어든 탓에 전기요금이 1년 만에 일곱 배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원전 폐쇄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전 재가동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발전량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13일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은 원전업체 엑셀론이 운영하는 원전 2기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면 원전 2기 가운데 하나인 바이론 원전은 14일 운영이 중단될 운명이었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수년간의 토론 끝에 과학이 이겼다”며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욘 피터스 독일 원자력프라이드연합 이사는 “에너지 위기로 정치인들이 원전 옵션을 다시 고려하게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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