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사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10살 제자를 친구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망신을 주고 따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A 군에게 다그치는 상황이 포착됐다.
A 군의 부모는 아이가 3학년이 된 후 두 달쯤부터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악몽을 꾸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아이 옷에 녹음기를 숨겨 학교에 보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면이 있지만 학교에 잘 적응했던 A 군이 갑작스럽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녹음된 음성은 충격적이었다. 담임교사는 A 군을 몰아세우며 "더 울어, 다른 반 가서 봐. 우리 반 7번은 A 아니야"라고 말하고 아이를 빈 교실에 혼자 남겨두고 이동수업으로 갔다.
이어 "선생님은 수업하러 갈게. A는 알아서 해"라고 말했고 A 군은 "다른 반 가기 싫다"며 우는 음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담임교사는 친구들 앞에서 "자, 여러분들,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 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 수업도 안 했고요, 받아쓰기 아예 보지도 않았고요, 받아쓰기 아예 쓰지도 않았어요"라며 A 군의 행동을 지적했다.
또 담임교사는 "넌 거짓말쟁이야. 나쁜 어린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변하고 있네"라고 말했다.
부모는 A 군이 이날 하루 교실에서 울며 나갔다가 돌아와 혼나길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A 군 어머니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인격적으로 모독했다"며 "무척 괴롭다"고 했다.
신고를 받은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정서적인 아동학대"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교사는 "허락 없이 수업을 녹음한 것은 교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학교는 담임만 교체했을 뿐 아무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담임교사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해당 교사는 "전부터 아이가 뛰쳐나가고 큰 소리로 울어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자주 방해했다"며 "성심성의껏 아이를 지도해왔고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