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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커피애호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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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18세기 프랑스 정치가 탈레탕의 유명한 예찬론처럼 커피의 마성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거리 곳곳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즐비하다.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도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을 능가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홈카페족’도 늘고 있다.

필자 역시 매일 하루를 시작할 무렵,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나른한 오후에 퍼지는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은 이따금씩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커피 애호가인 필자에게 고민이 있다면 캡슐커피에 남은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잘 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캡슐커피는 마실 땐 간편하지만 재활용이 간단치 않다. 구조적 특성상 분리배출이 어려워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비단 캡슐커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마다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연간 커피찌꺼기 발생량은 약 15만t(2019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커피박을 분리해 배출하고 수거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법상 커피박은 생활폐기물로 등록돼 소각·매립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때론 거름이나 천연 방향제 등으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처리량 감소 방안은 아직까지 없다.

폐기물 처리를 위한 사회적 비용만 고려해봐도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긍정적인 것은 커피박 발열량(5648㎉/㎏)이 나무껍질 발열량(2827.94㎉/㎏)의 두 배로 높아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제격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달리 환경선진국인 영국과 스위스는 커피박 수거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영국은 커피박을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재활용하는 바이오빈(bio-bean)을 운영해 수익도 창출하고,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 효과도 톡톡히 얻고 있다. 스위스는 커피박 수거를 주도적으로 운영해 2600개 이상의 찌꺼기를 거점을 통해 수거하고 재활용 자원으로 배출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약 15만t 규모에 달하는 커피박을 순환 자원으로 인정해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할 경우 약 180억원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및 에너지 발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활용 분리배출이나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에서 캡슐커피 등을 즐기는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캡슐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오늘이 우리들의 미래를 그려간다. 좋은 쪽으로 앞당기려면 좋은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 커피의 그윽한 향을 즐기는 여유만큼 환경에도 품격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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