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소경제 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관련 그룹 총수 및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연대하는 한편 전기차배터리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을 위한 경제계 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을 내부 직원들과 공유하는 소통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포럼 3차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포럼은 국내 모빌리티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관련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만들어졌고, 여야 의원 57명이 참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로보틱스 기술의 미래와 활용 계획 등을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후손을 포함한 모든 인류의 편안함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앞으로 안전성 등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차근차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로봇 기술의 중요성을 정치권에 알리고, 로봇이 인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로봇을 유지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데 더 많은 기술자가 필요하다”며 “많은 분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자리 감소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는 등 로보틱스 부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국내 15개 그룹 및 기업이 참가하는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 출범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이 협의체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민간 주도로 설립됐다. 정 회장은 구성 단계에서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을 설득해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17년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수소위원회 창립 때도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삼성,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를 각각 따로 만나 미래전기차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4대 그룹 총수 회동 이후 국내 대기업 간 미래차 기술개발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단순히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강조하기보다 인류의 행복 등에 집중하자고 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소와 미래 모빌리티, 로봇 등의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