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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노조 포비아'에 떠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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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종은 이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핵심 ‘공략 대상’으로 찍혀 있습니다. 제발 정치권은 현상만 보고 거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일 “온라인 플랫폼과 대형마트, 백화점 입점 업체들의 단체결성권과 협상권을 보장하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약이 전해지자 유통업계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공약에 대해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유통업체 상품 공급자는 소상공인도 아니고 법인이 대다수인데 이들의 노조 결성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얘기다.

정치권의 ‘플랫폼 때리기’ 이전부터 유통업계는 민주노총의 공격에 시달려왔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택배뿐 아니라 e커머스(전자상거래), 대형마트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유통업계가 민주노총 세력 확장을 위한 ‘노다지’인 셈이다. e커머스 업계는 시장 급팽창과 맞물려 직원 수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대표 영역이다. 대형마트에는 비교적 저임금의 비노조원 직원이 아직 대규모로 포진해 있다. 쿠팡 직원 수만 5만 명이고, 대형마트 종사자는 3사를 합쳐 6만 명에 이른다.

일찌감치 ‘좌표를 찍힌’ 쿠팡은 민주노총의 크고 작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근무시간 휴대폰 사용 제한 조치를 둘러싼 ‘인권 침해’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법조계에서도 휴식시간에는 휴대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인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노동계는 주 5일 근무(연 130일 휴무)를 하는 쿠팡 배송기사의 과로를 지적하고 ‘택배 없는 날’ 동참도 촉구하고 있다. 쿠팡은 이런 맥락 없는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다른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할 지경이라고 한다.

노조 조직률이 10% 수준에 불과한 대형마트도 민주노총의 주요 타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는 기묘한 세력 구도가 존재한다고 한다. 조합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상급조직 서비스연맹이 6000여 명인 마트노조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세력 확장을 위한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민주노총이 이미 장악한 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가 다음 목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통업계에선 ‘노조 공격에서 벗어날 방법은 자동화뿐’이라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사람에 치이자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무인화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권의 임무는 노조 주장에 편승하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게 아니라 노사 간 균형을 잡고 일자리를 지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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