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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무능력은 노력 부족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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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회 비평가 다치바나 아키라는 여러모로 화제의 인물이다. 베스트셀러 《상급국민·하급국민(上級民/下級民)》으로 일본 사회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는 일종의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대안도 없다”는 신념으로 꾸준히 일본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파헤치면서 추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상급국민·하급국민》으로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 격차’를 고발했던 그가 이번에는 《초고난도 게임 사회(無理ゲ社)》라는 책으로 ‘능력 격차’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한다. 능력이 평가의 기준이 돼버린 ‘능력주의’의 허상을 밝혀내며, ‘리버럴’이란 개념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한 잔인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일본 사회에서 리버럴은 ‘자유주의’ 또는 ‘진보주의’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초고난도 게임 사회》라는 제목에는 우리가 발 디디고 사는 세상이 마치 ‘공략하기 어려운 게임’과도 같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능력만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현대사회에서 대다수 사람은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인류문명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인생 공략의 난도는 계속해서 높아졌고, 급기야 ‘극악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책은 평가한다. 언뜻 보기에는 휘황찬란한 과학 문명 가운데 사람들이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삶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미쳐버린 ‘무리게(無理ゲ·고난도의 게임)’를 각자도생으로 외롭게 공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는커녕 ‘나답게 산다’라고 말하며 리버럴한 사회의 당연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책은 리버럴한 사회가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유토피아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에게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누구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능력 격차’가 ‘경제 격차’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능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능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무능력은 정말 노력 부족 때문인가. 공정과 평등은 서로 어떻게 다른 개념인가. 세상은 더 좋아지고 있다면서 왜 포기와 절망은 더 늘어나는가. 저자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능력주의의 허상을 낱낱이 드러낸다. 신념을 넘어 새로운 종교로까지 부상한 ‘나답게 산다’라는 생각이 능력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기 인생은 자신 스스로 결정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책임지는 인생이 중요하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각들이지만, 이런 생각은 1960년대 미국 서부 지역의 히피 운동에서 시작돼 팬데믹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간 사고방식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당연히 ‘나답게’ 살고자 한다. 하지만 정말 ‘나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답게 산다’는 말이 ‘내가 알아서 살겠다’는 선언이며 이 말에 담긴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능력주의 사회의 극심한 격차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나답게’를 외칠 수 있을까. 책은 고난도 게임과도 같은 극악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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