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0만대 판매를 넘어선 전기차 시장이 올해는 500만대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럽·중국의 전기차 판매 호조에 뒤늦게 미국 시장이 뛰어들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 단 차량용 반도체 여파로 글로벌 제조사들의 감산·공장 중단 사태가 반복되는 게 변수다.
7일 글로벌 자동차 통계 기관 마크라인즈(Marklines)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누적 약 288만대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한 달간 전세계에서 전기차는 전년 동월 대비 109.9% 증가한 47만3000대가 팔렸다. 올해 남은 5개월(8~12월) 동안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면 500만대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현대차증권은 내다봤다. 마크라인즈가 집계한 작년 전기차 판매량(202만6000대)의 약 2.5배 규모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688만대에 이를 것이라며 더욱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도 전기차 시장은 무풍지대다. 지난해 전세계 승용차 판매는 전년과 비교해 18.2%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31% 늘었다. 그러면서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전기차 침투율)도 2019년 1.8%에서 작년 2.8%로 약 55% 증가했다.
올해도 거침없는 상승세다. 연 500만대 판매를 가정하면 전기차 침투율은 전년 대비 125% 뛴 6.3%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5년에는 전세계 전기차 판매가 1228만여대를 기록해 침투율이 15.3%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승용차 판매(올해 1~8월 집계 기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으나 전기차 판매는 약 100% 늘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럽, 중국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성장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올해는 특히 세계 3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참전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하반기 북미 시장에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 투입을 결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4~5년간 미국 전기차 시장은 친환경차에 유보적이던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연비 규제 완화로 인해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작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에서 서유럽은 32%, 중국은 46% 비중을 차지한 데 비해 미국 시장 비중은 12%대에 그쳤다. 미국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도 4%대 수준. 아직 저조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차 정책 추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자 미국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7월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 대수(약 33만1000대)가 작년 연간 판매 규모(32만여대)를 이미 넘어섰다.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보급 등에 힘입어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 등 연평균 40% 안팎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위기에서 전기차 시장도 자유롭지만은 않다.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생산의 13%를 담당하는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상황이 악화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가던 일본 도요타가 이달 글로벌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40% 줄였을 정도다. GM도 북미 완성차 공장 16곳 가운데 8개를 이날부터 최대 4주간 감산·가동 중단한다. 포드 역시 인기 모델 F150 픽업트럭 생산량 조율에 나섰다. 폭스바겐, 현대차 등 주요 업체들 또한 하반기 들어서다 감산·생산 중단·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완성차 누적 감산량은 630만~7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3분기에만 감산 규모가 210만대에 달할 것으로 IHS는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올라 켈리니우스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모터쇼에서 "일부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수요와 관련해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2023년에야 완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