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 대책’ 후속으로 신규 택지 조성 계획을 내놨다. 경기 의왕·군포·안산·화성·양주·구리, 세종 등 10곳에서 택지를 개발해 2026년부터 14만 가구를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등 전국 대도시에 83만 가구를 건설하겠다고 했던 공급 대책의 실행 일환이다. 어제 발표된 지역의 물량은 당초 13만1000가구에서 확정되는 과정에서 9000가구 늘어났다. 증가분이 주목할 만큼은 못 되지만, “공급 부족이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버렸다”는 지적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용지 활용, 역세권 고밀도 개발 의지 등을 보면 뒤늦게 물량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조바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화성의 봉담 3지구와 진안, 안산 등지를 내세운 정부의 ‘영끌 공급’이 서울로 쏠리는 수요를 흡수할지 의구심도 적지 않다.
임기 말의 잇단 공급 계획을 보면 ‘숫자부터 채워 놓고 보자’는 식의 부실 대책이 될까 걱정이다. 3기 신도시도 계획이 발표된 지 만 3년이지만 후보지 중 네 곳은 토지 보상도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집값에 지난달 정부는 사전청약 계획까지 발표했지만 언제 입주가 가능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신도시라고 쫓기듯 발표는 해놨지만 하수·쓰레기 처리장 같은 기반 시설도 지방자치단체 반발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니 LH 투기 스캔들 후유증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뒤늦게 공급에 나서도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두 가지 필수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수요가 집중되는 ‘필요한 곳’이어야 하고, ‘공공주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나 ‘메트로 서울’의 국제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선호 지역에 좋은 집을 세워야 정부 스스로 재촉해온 ‘똘똘한 한 채’기류에도 부합할 수 있다. 공공주도의 숱한 문제점은 개발 대표 모델로 밀어붙여온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에서 사활 건 주민들 반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공기획 재건축’도 삐걱거리기는 마찬가지다. 111 대 1에 달한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과 6049 대 1까지 나온 민간 주택 분양 경쟁률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여기저기에 마구 짓는다고 주택 구실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수요자가 외면하면 수도권에서도 얼마든지 미분양이 생기면서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공급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3년을 흘려버린 신도시 여섯 곳부터 자급자립의 우량 택지로 조기에 가시화해야 무주택자 ‘희망고문’을 줄일 것이다. 공급을 도외시하면서 잘못 꿴 정책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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