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27일(15:0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올 들어 거래된 대형 인수·합병(M&A) 건마다 등장하고 있어서다. IB업계에선 지난 3월부터 이 회사 IB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찬희 대표(사진) 효과'로 보고 있다.
27일 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거래된 2조원 안팎의 대형 M&A건의 자문사는 대부분 메릴린치였다. 최근 인수 후보자가 확정된 휴젤(1조7000억원)을 비롯해 두산공작기계(2조4000억원) 대우건설(2조1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 잡코리아(9000억원) 등의 거래에서는 각각 유력 후보였던 롯데, CVC캐피탈 측의 인수 자문을 맡아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메릴린치가 자문해 성사시킨 거래 규모만 올 들어 약 8조원 수준에 달한다. 메릴린치는 현재 SK E&S가 추진 중인 2조원 규모 투자 유치, 대경오앤티 매각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시장에선 '어려운 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특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두산공작기계와 대우건설은 매각 재도전에 나선 매물인 데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연내 팔기 쉽지 않은 거래로 평가됐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테크기업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수 기업이 인수에 적극 나서면서 이슈몰이에 성공하고, 경쟁이 치열해진 덕분에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메릴린치는 올 들어 핀테크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케이뱅크엔 당초 목표보다 2배나 많은 1조2000억원을 모았고, 토스도 5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끌어왔다. IB 업계 관계자는 "IB는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면서 "M&A딜이나 투자유치 등도 조 대표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가 전성기 시절을 재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는 과거 △SK텔레콤의 ADT캡스 △베인캐피탈의 휴젤 인수 △MBK파트너스의 두산공작기계 인수 △IMM PE의 린데코리아 인수 등을 자문하며 국내에서 'IB명가'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2년여간 정중동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전무(MD)였던 조 대표가 지난 3월 IB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조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1977년생인 조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회계법인에서 금융계 업무를 시작하다 미국 유학(와튼스쿨)길에 올랐다. 유학을 마친뒤 홍콩에서 씨티그룹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PE) 등에서 이력을 쌓았다. 당시 맺은 네트워크가 견고해 지금도 네크워킹을 통해 주요 거래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며 자문 역할을 따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엔 2011년 입사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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