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기준금리를 0.7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기준금리를 0.50%로 전격 인하한 후 15개월 만에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결정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를 그대로 유지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2.1%로 올렸다.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 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새 168조6000억원이나 불어나면서, 2003년 통계 편제 이래 최대 규모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보다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라는 판단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하면서 '금리 정상화'에 대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인상에도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 4월부터 유지됐던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문구가 대체된 것이다. 이 총재는 '점진적 조정' 의미에 대해선 "(향후 인상은) 서두르지 않겠지만 지체해서도 안 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 1분기까지 1~1.25% 전망"…"부동산 가격, 통화정책 핵심 변수"
시장은 한은이 내년 1분기까지 연 1~1.25%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 금리인상에 힘을 싣는 요소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방위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을 연봉 수준으로 낮출 것을 권고한 데 이어 전문직의 대출 상품의 한도를 낮추라고 주문했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전직 금통위원으로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며 "사견으로 말하자면 1번 인상으로 (금융불균형 해소)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앞으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상 시기와 관련해선 10월보다는 11월이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강승원 연구원은 "정책 당국은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며 "정책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의지를 고려하면 11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점진적인 추가 인상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고, 이번 전망치 추정에 10월 이후 확산세 진정 및 11월 집단면역이 전제돼 있다"며 "재난지원금과 백신접종 효과를 확인하고 난 뒤에 11월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로 2차 추경에 대한 집행 속도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도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추경은 9월까지 90% 집행이 목표로, 지난해 3차 추경보다 집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성장률 제고 효과도 높을 수 있다"며 "2차 추경 집행률을 어느 정도 확인한 이후가 추가 금리인상을 저울질할 만한 경제 환경으로, 이를 감안하면 금통위에선 금리인상 효과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외국계에서도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의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는 11월과 내년 하반기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내년 말 금리를 1.25%까지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는 부동산 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면 가계의 차입 욕구가 커지고, 1금융권 대출 규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상 초유의 주택담보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등 정부 여당이 신경쓰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크고,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거시 건전성 및 주택가격 관리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