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유 없이 급등락했던 기업인수목적법인(SPAC·스팩) 주식이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한국거래소의 기획감시를 통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스팩주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더불어 스팩 합병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책도 함께 나왔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다만 3년 안에 비상장사와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되고, 주주들에게는 공모가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준다. 상장된 스팩주는 유통주식 수가 적고, 시가총액 규모도 작은 편이다. 이 때문에 크지 않은 자금의 흐름에도 쉽게 급등락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한가를 기록해 6490원에, 전일에는 8.94% 빠져 591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합병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매수세가 몰리며 상한가로 치솟았다가 이튿날 급락한 것이다.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지난 6월17일 상장해 ‘따상상상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한 뒤 3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 현상을 보인 뒤 조정을 받았다. 따상상상상을 기록한 이튿날인 6월23일 장중 고점 1만2450원에 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전일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손실률이 52.53%에 달한다.
문제는 스팩주의 변동성이 시세조종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불공정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이번에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6월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인 스팩주 17개 종목에 대해 기획감시를 한 결과 7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사항을 발견하고 심리를 의뢰했다.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로는 ▲급등락하는 종목에 대해 2분 동안 단일가 매매만 이뤄지도록 하는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됐을 때 대량의 매수주문을 낸 뒤 VI가 종료되기 직전에 주문을 취소하는 거래 양태 ▲소량의 매수·매도 호가를 반복적으로 체결시키는 거래 양태 등이 발견됐다.
금융감독원도 ‘스팩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 자료를 배포하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스팩주의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합병가액은 주가에서 최대 30%까지 할인될 수 있다"며 "현재까지 스팩주의 합병 성공률은 63.9%“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시장에서 공모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스팩주에 투자했다면 해산시 돌려받는 금액이 투자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팩주의 주가가 높으면 합병 성공 가능성도 낮아진다. 비상장 회사와 스팩이 합병할 때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한 스팩의 평가가액은 과거 종가들의 평균값에 30% 이내의 할인·할증을 적용해 결정된다. 스팩의 평가가액이 높아질수록 비상장기업의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낮아져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스팩주 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대신, 본래 목적인 비상장사의 자본시장 유입을 지원하는 규제 완화 방안도 나왔다.
거래소는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사가 존속하고 스팩이 소멸하는 방식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일 밝혔다. 현재는 비상장사가 소멸하는 방식의 합병상장만 허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사업을 하고 있는 법인이 소멸되면서 영업상의 불편을 겪기도 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사업 회사의 스팩 흡수 허용 방안의 시행은 기획재정부의 세제개선 입법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행 세법 상 사업회사가 스팩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상장하면 법인세 면제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적격합병 범위에 스팩소멸 방식도 포함되도록 하는 세제 개편안은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