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2월 범부처합동 K-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ESG 정보 공개가 아닌 평가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ESG 인프라 확충방안 등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K-ESG는 정부가 국내·외 13개 주요 기관의 평가체계 등을 분석해 핵심·공통문항(60여개) 중심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이다. 기업 규모·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차별화하고 국제 논의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업계는 정부가 주도하는 ESG 가이드라인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ESG 정보 공시를 유도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평가 지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과도한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무디스나 MSCI 등 평가기관들이 ESG 평가를 하지, 정부가 주도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역시 "K-ESG는 ESG 실적을 어떻게 공개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라며 "기업의 경영실적에 대해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다양한 평가기관이 평가하듯, ESG 역시 민간의 영역에서 각 평가기관이 특정 철학을 갖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개정해 ESG 관련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올 4분기 중 검토하기로 했다. 연기금의 ESG 투자를 촉진하도록 관련 평가 항목을 확대·신설하고 연기금 투자풀 운용사 선정 시 ESG 요소를 포함하는 것을 검토한다.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는 올 4분기 중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환경보전(자원순환, 물 등)을 위한 경제활동의 녹색여부에 대한 적합성 평가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