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친구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충북 청주 여중생 A양이 남긴 유서가 공개됐다.
A양의 부모는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A양의 유서 내용을 밝혔다.
A양은 유서를 통해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았다"며 "나 너무 아팠다.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 털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다"고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A양은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다"며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한다. 꼭"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A양은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나.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면서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A양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다. 보고 싶다"며 "너희가 너무 그립다. 내 얼굴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서를 읽던 A양의 부모는 울음을 참지 못한 채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피력했다.
A양은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께 친구 B양과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여중생은 숨을 거두기 전 성범죄 피해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다.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 C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자신의 집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모두 부인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