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하반기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북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기존 차량에 더해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투입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총 6만1133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2만29대에 비해 200% 이상 늘었다. 전년 대비 현대차는 313.6% 증가한 4만1813대를, 기아는 94.8% 늘어난 1만9320대를 판매했다. 종류별로는 전기차 1만336대(207.7%), 하이브리드 5만610대(205.3%), 수소전기차 187대(103.3%) 등 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 등 전용 전기차를 투입해 각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내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8개 차종 15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는 12개 차종 56만대를 팔 계획이다. 기아 역시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출시하고 20230년까지 연간 160만대 판매를 계획했다.
그 첫걸음으로 최초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하반기 북미 시장에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완성차 시장에서 비중이 3%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최대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처음 적용된 모델이다.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고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429km, 최고출력은 225kW, 최대토크는 605Nm이다. 외관은 포니를 계승한 콘셉트카 45 일렉트릭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미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EV6는 아이오닉5의 기능을 공유하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 475km를 확보했다. 신규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형상화했고 영국 카본 트러스트사의 제품 탄소발자국 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한 게 특징이다. 테슬라 외에 전기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현지 브랜드가 없는 만큼, 조기에 전용 전기차를 선보여 소비자들 선택을 받겠다는 계산이다.
현지 생산도 준비한다. 미국의 경우 2026년 이후 미국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 업계 관계자는 "2025년까지 미국산과 해외산 전기차 세제 혜택 차이는 2500달러 수준이지만, 2026년 이후에는 최대 1만2500달러까지 벌어진다"며 "현지에서 전기차를 양산해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현대차 역시 양산 시점과 규모, 투입 차종 등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아이오닉5의 발목을 잡았던 출고 적체 해소도 기대된다. 상반기 반도체 공급난과 구동모터 제조설비 안정화 지연 등의 여파로 아이오닉5의 출고량은 국내 5700대를 비롯해 1만여대에 그쳤다. 원활한 생산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미출고분만 3만여대에 달했다.
반도체 공급난은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부품 재고 확보와 제조설비 안정화로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구동모터를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5배 물량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협력사에 기존보다 강화된 부품 재고 기준을 제시하며 생산차질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용 전기차가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아이오닉5와 EV6가 원활히 공급되면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