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희숙 의원이 16일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인 ‘국가가 국민의 삶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대담을 했다. 두 후보는 한목소리로 “권력이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이 나라와 국민의 삶을 망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서울 이화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는 윤 의원이 최 전 원장이 던진 화두에 공개적으로 화답한 후 최 전 원장 측 토론 제안을 윤 의원이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윤 의원은 이날 “최 전 원장이 던진 화두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뼈대에 가까운 질문”이라면서 “그럼에도 핵심에 맞지 않는 공격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고 최 전 원장 측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앞서 이 사안에 대해 “권력이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은 무식하기도 하지만, 속뜻은 ‘내 밑으로 들어와 입 닥치고 있으면 필요한 걸 줄게’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었다.
최 전 원장도 “제가 던진 화두는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이냐’ ‘무엇을 책임질 것이냐’와 관련된 것”이라며 “윤 의원과 토론을 통해, 관련된 제 정책을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을 모두 책임지는 게 아니라 국민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평소 소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측 선거캠프는 대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문(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모두가 거짓이었고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는 게 두 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국가는 사회적 약자와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지원하고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줘야 함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하는 부분은 제약산업, 항공우주분야”라는 입장도 공개했다.
경쟁 관계인 두 후보가 이례적인 ‘공동 행보’ 모습을 보이자, 향후 양측의 후보 단일화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의 경제관과 안보관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해 “후보들 간의 근거 없는 상호 비방 대신 정책 토론을 보여줌으로써 경선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정책 토론을 하겠다’는 취지로 계획한 대담을 생중계로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해선 “말실수를 너무 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