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실패했다. A씨는 ‘3회 분할 매수’ 원칙을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다. 주식 투자 경력 10년이 다 돼 간다. 그런데도 매번 실패다.
그동안 ‘주식 투자에선 현금 보유 기간이 길어야 한다’는 격언에 참 많이 공감했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다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매수 버튼을 눌러 가진 돈을 몽땅 투자했다가 지지부진한 주가를 보며 후회한 적이 많았다.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 번에 ‘올인’한 종목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제대로 손 쓸 틈도 없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그렇게 가진 돈을 모두 털어넣고 비자발적 장기 투자를 하게 되니 뜻밖에 ‘좋은 주식’을 만나더라도 투자할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적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만든 게 ‘3회 분할 매수’ 원칙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반드시 세 번에 나눠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현금도 (투자하는) 종목이다’라는 말이 이 결심에 힘을 보태줬다. 현금을 들고 투자 종목을 찾는 게 수풀 사이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기다림과 닮았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다지기도 했다.
B씨는 10년 넘게 해오던 주식 투자를 최근 중단했다. 투자할 돈을 모두 날려서가 아니다. 만족할 만한 수익을 올려서도 아니다.
‘주식으로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어’라는 회의감 때문이다. 월급 아껴 모은 종잣돈으로 없는 시간 쪼개서 투자 정보 챙겨보며 열심히 투자해왔다. 그런 노력 덕분에 남들보다는 조금 나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런데 주변에 아파트 ‘투자’로 단번에 수억원을 챙기는 사람을 보면서 주식으로 아파트를 당할 재간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주중에는 장이 열리면 장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인다. 장이 끝난 뒤엔 투자 종목의 주가와 뉴스를 챙긴다. 주말에는 미국 증시 상황과 다음주 증시 전망 뉴스를 확인하는 부지런을 떤다. 그렇게 해서 주식으로 이 정도 수익을 만들었는데 아파트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중독의 두 가지 특징은 금단 증상과 내성이다. 금단 증상은 자신이 중독된 어떤 대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을 때 나타나는 불안함 같은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가리킨다. 내성은 자신이 중독된 어떤 대상에 대해 더 강하고, 빈번한 자극을 원하는 것이다.
A씨가 ‘3회 분할 매수’ 원칙 지키기에 실패한 것은 금단 증상과 연결 지을 수 있다. 분할 매수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동안 A씨는 주식을 사지 못해 불안함을 느끼는 금단 증상이 심해진 것이다.
B씨가 수익률에 회의를 느껴 주식 투자를 접은 것은 내성 탓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투자로 많은 수익을 본 사람 얘기에 내성이 커져 적은 수익으론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주식 투자에선 금단 증상과 내성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탐욕’이다. 더 빨리, 더 많은 수익을 보려는 탐욕이 잠깐이라도 주식을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금단 증상을 심화시키고 적은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든다.
중독의 프레임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주식 투자에 대한 긍정적 중독을 생각해보자. 그러려면 금단 증상과 내성의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전체 주식 투자 자금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으면 조바심 내는 금단 증상을 갖고,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견디며 수익을 낸 투자자 사례에서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면 긍정적 중독이 가능하다.
긍정적 중독을 위해선 조급한 탐욕 대신 ‘자제심’이 필요하다. ‘단번에’가 아니라 ‘꾸준함’이 요구된다. 당신은 주식 투자 ‘중독’인가요. 긍정적 중독을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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