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 리스크 테이킹 무드(위험을 적극 감수하는 분위기)가 돌아왔다.”(암호화폐 매체 코인데스크)
사방에서 쏟아지던 ‘거품 붕괴론’을 비웃듯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국내 가격 5000만원, 해외 가격 4만4000달러 선에 안착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바닥은 쳤다”는 희망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각국 정부의 규제, 유동성 향방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8일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2시30분 5083만원을 기록했다. 전날 낮 12시께 5000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야금야금 오르더니 이날 오후 한때 5173만원까지 찍었다. 암호화폐 투자자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검은 수요일’(5월 19일 대폭락)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주일 동안 10.69% 올랐다. ‘대장주’가 상승하자 알트코인(비주류 암호화폐)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도지코인은 한 주 새 26.27%, 이더리움은 20.02%, 리플은 10.58% 뛰는 등 시가총액 상위 알트코인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이더리움은 5일 밤 런던 하드포크(기능 개선 작업)를 성공적으로 마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친(親)암호화폐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상승장 귀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이 지난해 10월과 같은 급등장을 반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보면, 단기 보유자가 판 물량을 장기 보유자가 사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팔지 않고 오래 버틸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모으는 것은 지난 상승장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란 설명이다.
다만 비트코인이 전고점(6만5000달러)을 회복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다. 포브스에 따르면 다수의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4만달러대에서 여러 차례 ‘도전’을 받을 것으로 봤다. 케이티 스톡턴 페어리드스트래티지 창업자는 “최근 가격 상승이 암호화폐가 저항선을 돌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시세가 요동치면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웃게 마련이다.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6월 6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으나 최근 10조원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한국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얼마나 비싼지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고점에 물린 채 관망 중인 이들이 적지 않은 데다 신규 투자자 유입도 줄어든 상태다.
코빗에 따르면 8일 오후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0.4%로, 11일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썩 달아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4대 암호화폐거래소 신규 가입자는 4월 164만 명, 5월 59만 명, 6월 12만 명 등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투기 목적의 거래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이날 ‘디지털 혁신에 따른 금융 부문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와 별개로 민간 영역 일부에서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며 투자·투기 수단으로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에 대해서는 “역할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당분간 금융회사를 통한 금융중개 방식이 일반적인 거래 형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