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와 대선 주자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진석 의원이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대선 주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이 대표는 공정한 룰을 강조하며 즉각 반박했다.
6일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선 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지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가 필요 이상으로 대선 후보를 관리하려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당의 대선 후보 10여 명을 모아 지도부가 악수하고 환담하는 행사는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며 "우리 후보들은 푸른 등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싱싱하게 삶의 현장으로 뛰어야 할 때"라며 지난 5일 있었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 회의를 비판했다.
이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많으니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4~5일 이틀에 걸쳐 당내 대선 주자가 모두 참여하는 봉사활동과 전체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등 경선 후보가 행사에 불참하면서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사이 주도권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는 정치권의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이 당 지도부를 정조준한 글을 올리자 이 대표도 즉각 반응했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의 글이 올라온 지 2시간여 뒤에 "존경하는 정진석 의원님께 당 밖의 인사를 육우, 당 안의 인사를 한우에 비유했을 때 과도하다고 지적받았던 기억이 난다"며 "멸치와 돌고래 (모두)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돌고래가 다쳤을 때 때린 사람을 혼내고 약 발라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면서도 "멸치가 밖에 나가서 맞고 와도 혼내줄 것"이라며 정 의원의 발언에 반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다툼은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정도 수준의 힘겨루기는 늘상 있었기에 현재 국민의힘 내부의 힘겨루기가 유난히 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외부에서 이를 과도하게 해석한다면 일종의 '흔들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