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델타 변이로 인해 코로나 확산세가 멎질 않고 있어서다. 장기적으론 코로나 사태 때 벌어들인 돈으로 바이오 업계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큰 돈을 벌었던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도 모더나 주식을 쓸어 담았다.
4일(이하 현지시간) 모더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42% 오른 419.05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모더나 주가는 이달 들어 3거래일 만에 18.5% 상승했고, 올초 이후로는 무려 301.12% 올랐다. 오는 5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기대감에 급등 중이다.
애초 시장은 모더나 주가가 백신접종률이 증가하면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워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백신접종률(1회 이상)은 57.23%다. 그러나 델타 변이로 인해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자 모더나 주가도 같이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국제모터쇼인 뉴욕오토쇼는 델타 변이를 우려하며 개막 보름여를 앞두고 행사를 취소했다. 뉴욕시는 오는 16일부터 식당이나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로나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코로나가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일 모더나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선정되는 호재도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RSV는 매년 65세 이상 성인들에게 약 17만7000건의 입원과 1만4000건의 사망을 초래하는 흔한 호흡기 바이러스다. 이 후보물질이 승인된다면 모더나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큰 손들도 모더나에 우호적이다. 테슬라의 성장을 일찍 예겨한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도 2분기 모더나의 주식을 크게 쓸어담았다. 베일리기포드가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포트폴리오 내 테슬라와 모더나의 보유비중이 5.25%로 같아 공동 1위였다. 테슬라는 오랜 기간 독보적 1위였으나 모더나가 치고 올라온 것이다. 모더나는 지난분기엔 포트폴리오 상위 7위 종목에 불과했으나 이번에 1위로 수직점프했다. 베일리기포드는 2분기 테슬라의 주식을 36만7914주 매도하며 비중을 축소했다. 베일리기포드는 테슬라가 10달러를 기록하던 2013년 1분기 처음 사들인 뒤 지금까지 보유하며 큰 수익을 봤었다.
시장에선 장기 투자자로 유명한 베일리기포드가 모더나에 주목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향후 파이프라인 개발의 재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내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더나는 현재 면역종양학과 희귀질환을 포함한 9개의 백신과 13개의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2022년부터 백신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더 전염성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 확산과 맞물려 백신은 향후 몇 년에 걸쳐 모더나의 수입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모더나의 백신 매출이 향후 파이프라인에 자금을 댈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