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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채널 한물갔다? 자체 콘텐츠에 플랫폼 협업 키우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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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TV를 어떤 방식으로 보세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은 어떤걸 주로 이용하나요.”

지난달 말 서울 남대문로 미디어에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혁 미디어에스 대표는 기자에게 하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통상 인터뷰를 하는 이가 기자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 고심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SK브로드밴드의 첫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사업을 맡아 밤낮으로 채널과 콘텐츠 고민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미디어에스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 1월 설립한 콘텐츠 자회사다. 지난 4월 인터넷TV(IPTV) 채널인 ‘채널S’와 ‘채널S동네방네’를 출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브로드밴드가 왜 지금 PP 사업에 나서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한참 커지는 시기에 TV 채널을 운영할 이유가 있냐는 질문이다.

반면 김 대표의 답은 “분명히 해야 한다”였다. 그는 “채널만 운영하는 일이었으면 저도 ‘글쎄요’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채널을 다른 미디어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생각하면 PP 사업에 나설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콘텐츠·채널·온라인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사업 가치 사슬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계속 조달해 제공해야 합니다. 이미 IPTV 사업자로서 채널을 송출하고 있고요. 또 SK텔레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최대 주주죠. 여기에다 TV채널을 더하면 콘텐츠 플랫폼 ‘삼각편대’를 만들어 시청자와의 콘텐츠 접점을 훨씬 늘릴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를 ‘콘텐츠 규모의 경제’라고 설명했다. 같은 콘텐츠를 여러 곳에 제공해 가치를 더 크게 불리면 그만큼 대규모 재투자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같은 콘텐츠도 제공하는 플랫폼에 따라서 시청층과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며 “채널을 운영하면 콘텐츠 활용 가치가 더 커지고, 이를 통해 회수한 콘텐츠 비용을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다시 투입해 보유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 콘텐츠 산업은 전세계 단일 시장 무한 경쟁구도에 들어섰다”며 “사업자 입장에선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는 이야기, 자본, 시청자에 국경이 없습니다. 똑같이 100억짜리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하면 넷플릭스는 전세계 유료 가입자를 기반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플랫폼 이용자가 그보다 적은 국내 서비스는 그정도 여력을 내기 어렵습니다. 이때문에 콘텐츠 투자를 아끼게 되고, OTT 서비스 매력도도 그만큼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오기 쉽죠. 같은 콘텐츠를 갖고도 플랫폼을 다각화해야하는 이유입니다.”

미디어에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웨이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도 손잡았다. 제작은 SM C&C와 협업한다. SBS플러스 등 기존 PP들과도 콘텐츠 공동제작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각종 방송 플랫폼 사업을 경험해봤다. 1993년 KBS에 라디오 PD로 입사해 일했고 2003년부터 약 5년간은 지상파 DMB 특별위원회에서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SBS로 자리를 옮겨 약 10년간 푹, 모바일스튜디오 모비딕 등 차세대 제작 스튜디오를 만들어봤다.

푹은 웨이브의 전신 기업 중 하나다. 모바일 스튜디오 모비딕은 ‘양세형의 숏터뷰’ ‘한곡만 줍쇼’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모바일로 먼저 공개한 뒤 TV에 맞게 재편집해 내보냈다. 지상파와 온라인간 경계를 허문 최초 사례였다. 그가 플랫폼을 넘나드는 콘텐츠 활용을 중시하는 이유다.

채널S를 유명 프로그램의 ‘재방송 채널’로 운영하지 않는 것도 가치 사슬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전체 프로그램 중 70%를 독점 콘텐츠로 편성했다. 으레 초기 PP들이 광고 매출을 노리고 ‘맛있는녀석들’, ‘놀면 뭐하니’ 등 유명 프로그램을 조달해 방영하는 것과는 반대다.

김 대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고, 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생산과 재투자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게 주목적이기 때문”이라며 “기존 파이를 나눠먹겠다는게 아니라 우리가 들어감으로써 파이를 키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성격도 차별화했다. 개인 주식투자자들에게 투자법을 알려주는 ‘개미는 뚠뚠’이 대표적이다. 소문난 맛집 대신 그 옆집을 탐방하는 ‘맛집의 옆집’. 토크쇼와 음식예능을 결합한 ‘신과함께’도 인기다. ‘며느라기’ ‘이 구역의 미친X’는 독특한 주제를 담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이들 콘텐츠를 기반으로 채널S는 출범 약 100일만에 IPTV 수도권 채널 18위로 오르는 등 급성장했다.


김 대표는 “요즘 시청자들이 OTT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기존 프로그램들이 조금 식상하다는 방증일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다시 TV로 내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디어에스의 콘텐츠 제작진과 직원들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기존과는 다른 콘텐츠를 해보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에스는 차차 자체 콘텐츠를 더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엔 ‘더 지니어스 시즌1’ ‘수요미식회’ 등 등을 제작한 문희현 PD를 영입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미디어에스의 색깔을 확실히 낼 것”이라며 “지역 콘텐츠 전문 채널로 출범한 채널S 동네방네도 각 지역의 얘기를 담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우기 위해 향후 콘텐츠 제작사에 투자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엔 웹툰이나 웹소설 기반으로 신선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디지털 기술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제작사라면 눈여겨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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