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미터(㎚)는 초미세 반도체 회로 선폭의 단위다. 초미세 반도체는 각종 전자제품의 크기를 작게 만들면서도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가능케 한다. 현재는 5㎚ 안팎 공정을 이용한 양산 경쟁이 뜨겁다.
특허청은 반도체 미세화 공정을 주도하던 핀펫(FinFET) 기술이 주춤한 사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18일 발표했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유럽연합(EU) 등 지식재산 다출원 5개국(IP5) 특허를 분석한 결과다.
핀펫은 상어지느러미(핀)와 전계효과 트랜지스터(펫) 두 단어를 합친 것이다. 반도체 회로 선폭 미세화에 따른 전류 누설을 막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위-왼쪽-오른쪽 면으로 3차원 구조다. GAA는 이 구조에 아랫면까지 더해 전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핀펫으론 불가능한 3㎚ 이하 공정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IP5의 핀펫 특허 출원 건수는 2017년 193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1636건, 2019년 1560건, 지난해 1508건으로 계속 하락했다. 반면 GAA 특허는 매년 30% 증가세를 보이며 같은 기간 173건에서 391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20년간(2001~2020년) 기업별 핀펫 기술 특허는 대만 TSMC가 4235건으로 가장 많다. 중국 SMIC(1521건)와 삼성전자(1185건), 미국 IBM(1112건), 미 글로벌파운드리(741건)가 뒤를 이었다. GAA 역시 TSMC(405건)가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266건)와 IBM(131건), 글로벌파운드리(71건), 인텔(60건)이 뒤를 쫓고 있다.
5㎚ 이하 공정 기술로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최근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 등 기술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어 양강 구도가 유지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 공정에 GAA를 적용할 계획이다. TSMC는 2023년 2㎚ 공정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GAA를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한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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