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과 인권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외교부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13일(현지시간) 채택한 ‘신기술과 인권’ 결의에 대해 한국이 이번 결의를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 이 결의안의 6개 핵심제안국 중 하나로 참여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과 백신 접종 증명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할 때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외교부는 “유엔기구, 국제 시민단체, 학계 등의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정부가 이같이 유엔 인권 결의안 채택을 홍보하는 모습은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외교부는 지난 3월 23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정부 입장은 기존 방침에서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공동제안국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한국이 눈을 감은 이 결의안에는 세계 40여 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가만히 있으면’ 참여한 것으로 간주되는 컨센서스 채택 방식을 두고 외교부는 “컨센서스에 동참한 데 의미 부여를 해줬으면 한다”고 호도하기까지 했다.
인권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은 지난 8일 정부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한에서도 드러난다. 불과 7개월 전 전단 내용이 ‘외설적’이라고 문제삼던 정부는 이 서한에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표현의 ‘수단’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유엔 특별인권보고관들의 서한에 대한 답변이다. 북한으로의 사실상 유일한 정보 유입 수단을 막으면서 내용은 통제하지 않는다는 설명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12일 “한국의 반응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직 인권변호사가 이끄는 한국 정부는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정권인 북한을 옹호하기 위해 자국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편성’은 인권의 가장 핵심적 가치 중 하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입맛에 맞는 인권 문제만 부각한 채 ‘불편한’ 인권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다. 부동산·복지 등 모든 정책 결정에서 ‘보편성’을 강조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선 ‘선별적 인권’의 대표 국가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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