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약 초콜릿', '유성매직 음료수' 등 식품이 아닌 물품의 외형을 모방해 만든 이른바 '펀슈머 식품'을 금지하는 법안이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날 통과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식품이 물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표시나 광고는 금지됩니다. 기존 물품과 동일한 상호나 상표, 용기·포장도 불가능해집니다.
펀슈머는 재미(fu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로, 물건을 구매할 때 소비하는 경험을 통해 상품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소비자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필요에 의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펀슈머가 주목을 받으면서 유통·식품업체들은 이들을 공략한 다양한 제품을 내놨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말표 구두약 초콜릿, 유성매직 음료수, 우유 로션 등입니다. 이들 제품은 SNS상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어린이들이 식품으로 착각해 삼키는 사고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달 펀슈머 제품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법이 발의된 지 한 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것입니다.
펀슈머 식품을 오인해 발생하는 어린이 안전사고는 주변 어른들이 막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가정에서 어린이에게 가스레인지 화상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가스레인지를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문제 해결이 가능한 데도 국회가 법으로 막겠다고 나선 겁니다.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말입니다.
더구나 해당 법은 금지 대상을 '식품 등이 아닌 상호, 상표, 용기 또는 포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품으로 오인ㆍ혼동할 수 있는 표시 또는 광고'로 모호하게 규정해 놨습니다.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자의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정해 놓은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취향을 규제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마케팅까지 통제하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합니다.
조미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