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12일(06: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1등급' 채권을 내세워 발행시장에 나서는 가운데 증권·자산운용 업계에선 불안함을 느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SG채권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해 의문 때문이다.
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지난 9일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최고등급인 'ST1' 등급을 받은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해 1000억원을 조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7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GB1' 등급 녹색채권으로 3500억원을 조달했다.
광주은행은 조달한 1000억원을 가운데 900억원을 '코로나19 위기극복 소상공인 특례보증 협약대출'에, 나머지 100억원은 태양광 발전사 대출에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기평은 리포트를 통해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의 녹색채권원칙 및 사회적채권원칙 적격 프로젝트"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야산 임야나 농지를 전용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재해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기평 역시 "패널 제작 및 폐기과정에서 일부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발전소 부지의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정했으나 "일반적으로 기존 발전원 대비 탄소배출량이 월등히 적은 수준이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된다"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사 대출은 ICMA 의 녹색채권원칙(GBP)상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에 해당 한다"고 결론내렸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항공기인 B787-9/10 기종의 리스료 납입에 사용한다는 점으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한신평은 "B787은 기체 50%가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되어 있으며 연료 효율이 20% 정도 높고 소음은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자금관리와 사후관리 측면도 평가했다. 한신평은 "채권 만기까지 ESG채권의 발행자금의 사용내역 등을 포함한 사후보고서를 동사 홈페이지 또는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정보포탈을 통하여 제공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ICMA의 원칙에 ‘탁월’하게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녹색채권을 발행한 기업 가운데 최고 등급을 받지 못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마스턴투자운용은 친환경건축물 시행과 임대주택 펀드에 투입할 자금 200억원을 채권으로 조달하며 한기평으로부터 ST1 최고등급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 여수항만공사 DL이앤씨 한국동서발전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최근 한기평에서 평가받은 곳은 예외 없이 최고등급을 받았다.
한신평으로부터 등급을 받을 곳도 마찬가지다. KB케피탈 중소기업진흥공단 한양 오케이캐피탈 SGC에너지 등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지난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모비스의 녹색채권에 각각 1등급을 부여했다. 비슷한 시기 평가 받은 LH 한화솔루션 DL에너지 등도 모두 1등급이다. 업계에선 평가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을 가득 싣고 오가는 배가 친환경 연료로 운항한다며 관련 채권에 녹색 인증을 하는 식"이라며 "해외에선 친환경을 가장하는 이른바 '그린 워싱'이 문제가 되는데 국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