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을 쥔 왕족과 귀족은 자신들에게만 허락된 공원에서 사냥을 하기도 하고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쉼과 재충천이라는 공원의 본질적 기능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올 여름은 여행을 공원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천천히 공원 구석구석을 거닐다 아름드리 나무그늘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호사를 한껏 누릴 수 있다.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
송해공원은 방송인 송해 선생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공원이다. 황해도 출생인 송해 선생의 제2의 고향은 바로 달성군이다. 방송계에선 송 선생의 인생 발자취 자체가 역사로 통한다.달성군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구수한 놀이판을 벌여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송해 선생을 위해 공원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물론 송 선생도 흔쾌히 동의했다. 담소전망대, 폭소전망대, 송해정 등 공원 안에는 송 선생의 푸근한 미소와 음성을 떠오르게 만드는 공간도 다양하다. 사문진주막촌과 함께 한국관광공사와 7개 지역관광공사가 뽑은 '언택트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대구 달성군 '사문진주막촌'
화원유원지 일대에 자리한 사문진은 과거 물류의 중심이었다. 낙동강 하류로부터 유입되는 물산을 경상도 관아와 대구 지역에 공급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일제강점기 항일의식과 민족의식을 고취한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1932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1900년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사문진을 통해 들어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상설 야외공연장에선 피아노 공연이 열린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주막촌과 이동식 전통주막, 주막카페에 정장을 입은 방문객들이 몰려들어 이색 풍경을 연출한다.
◆전남 순천 '순천만습지'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응할 순(順), 하늘 천(天). 하늘의 도리에 따른다는 의미다. 순천이라는 지명에 담긴 의미를 곱씹다보면 국내 최고의 생태 연안 습지가 왜 이곳에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생명과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순천 주민들이 긴 세월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결과물이다.순천만은 국내 대표적인 연안 습지다. 이곳에선 자연이 지닌 정화능력으로 조성된 '자연공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습지 스스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청정 시스템으로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민물도요새 등 철새들이 찾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히는 곳이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드라마 작품의 배경이 된 테마공원이다. 최근 복고열풍을 타고 정겨운 달동네와 판자촌을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남기려는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천천히 걷고 있노라면 영화의 한 장면 등 옛 추억이 담긴 과거로 걸어가는 듯한 감상에 빠지게 되는 이색 여행지다.
◆울릉 '관음도'
관음도는 2012년 보행연도교가 연결되면서 일반인에게 처음 개방됐다. 면적 7만1681㎡에 동백나무, 후박나무, 갈대, 억새풀, 부지깽이나물, 쑥 등 울릉도 자생식물과 다양한 암석과 지질을 볼 수 있어 '천혜의 공원'으로 불린다.섬 아래쪽에는 2개의 쌍굴이 있는데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으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 때문이 아니더라도 관음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몸과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성장한 나무와 갈대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껴봐도 좋다.
◆남해 '섬이정원'
섬이정원은 경상남도 민간정원 제1호로 등록된 정원이다. 차명호 대표가 2007년부터 다랑논을 가꿔 공원으로 조성했다. 고동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공원 같은 정원이다.산책하며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은 모두 조성 단계에서 세밀하게 짜인 동선에 따라 가꿔놓은 것이다. 다랑이논의 오래된 돌담과 곳곳의 작은 연못들이 정겹다.
◆강화 '전등사'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강화도의 대표 여행지는 단연 전등사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지어진 전등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전등사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 지정 문화재 17점을 보유하고 있는 역사가 깊은 산사의 정경이 펼쳐진다. 북문을 따라 성곽 위로 올라서면 강화읍 방향으로 드넓은 땅들이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영종도와 신도·시도·모도, 장봉도가, 북쪽으로는 진강산과 고려산 봉우리를 전망할 수 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