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후 모호한 규제 기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걸린 곳만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팽배해졌습니다.”
다음달 1일 한국회계학회장에 취임하는 고종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기업과 감독당국 간 오해와 불신을 줄이기 위해 학계가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회계학회가 주목할 화두로 IFRS 도입 이후 성과에 관한 연구를 꼽았다. IFRS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기업들이 IFRS를 전면 도입했는데 금융당국은 여전히 미국 회계제도(GAAP) 식의 규정 중심 감독을 하고 있다”며 “업계와 학계 모두 ‘원칙주의 회계’라는 개념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칙주의 회계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감리 방식을 지목했다. 감리란 회계처리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고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적발하는 절차다. 고 교수는 “감리 과정을 보면 기업 회계처리가 원칙의 범위 안에 있느냐가 아니라 규정 문구에 어긋났는지를 살피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관행적으로 해온 회계처리 방식이 갑자기 문제가 되는 일이 잦아 기업들은 ‘걸린 곳만 억울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IFRS 도입 후 기업이 사전에 회계처리 방법 적정 여부를 문의해도 금융당국이 ‘질의자의 판단사항’이라며 회신을 하지 않아 ‘사후 제재에만 몰두한다’는 불만이 높았다. 지난해 비로소 ‘기업들의 질의에 원칙적으로 회신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심지어 앞선 감리에서 문제 없다고 했던 사안을 정부가 바뀐 뒤 180도 다르게 판단하기도 했다.
회계학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연구와 세미나 등 관련 활동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고 교수는 “ESG와 관련해선 기업들이 학계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며 “비재무 정보의 수치화 등에 관한 논의와 연구의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1970년대 학번 선배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신진 학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또 “각 학교 연구자들이 정리한 자료와 프로그램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연구실 벽’을 넘어 학문의 폭을 넓히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 학회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주변 학회와 통합 학술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 신임 학회장은 금융위원회 감리위원, 법무부 회계제도 자문위원,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교수가 되기 전에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회계사로 7년간 근무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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