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대선판이 본격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11일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하는 예비경선을 치르기로 해, 이번주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를 예정이다. 야권도 내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필두로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최재형 감사원장은 오늘 사퇴한 뒤 대선 구상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여야 대선 잠룡은 15명이 훌쩍 넘는다. 이변이 없는 한 국민은 이들 중 한 명을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어떻게 나라를 업그레이드할지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당 주자들은 지난 수개월간 경선 룰을 놓고 싸우느라 정책 경쟁은 뒷전이었다. 그나마 내놓은 공약들도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기본소득, 기본대출, 생애주기별 소득 지원 등 ‘퍼주기’에 치중할 뿐이었다. 야권 유력 주자들은 그동안 출마 여부를 놓고 연기만 피우는 바람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만한 재목인지 판단할 근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대선전이 본격 시작되는 만큼 미래비전과 국민통합 등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려낼 유권자들의 ‘선구안’이다. 대선주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도덕성은 기본이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 현실 적합성 등을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 특히 거창한 구호나 장밋빛 청사진에만 현혹되지 않으려면 ‘무엇을(what)’뿐만 아니라 ‘어떻게(how)’가 중요한 판단 잣대가 돼야 한다. 말만 앞세우고 실행은 뒷전이지 않을지, 공약들이 국민에게 진정 도움이 될지 등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교사는 멀리 있지 않다. 현 정부가 거창하게 내세운 공정과 정의가 지금 어떤 지경인가. 소득주도 성장은 고용 참사 등 숱한 부작용을 낳았고, 막무가내식 탈원전은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렸으며, 주 52시간 근무제 및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자영업자와 노동약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누가 미·중 패권 경쟁과 가중되는 북핵 위협 속에서 국익을 지킬 혜안과 투철한 안보관을 가졌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미래를 위한 비전과 해법을 가진 주자를 가려내는 것은 유권자의 기본 의무다. 혹여 이런 기본 의무를 망각하고 선거철 바람과 선심공세에 흔들린다면 나라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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