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PH129’다. 이 단지 전용면적 407㎡의 공시가격은 163억2000만원에 달한다. 청담동 129 일대 옛 엘루이호텔 부지에 지은 이 아파트는 지하 6층~지상 20층 총 29가구로 구성된 고급 단지다.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200억원에 분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래 단지명은 ‘더 펜트하우스 청담’이었으나 ‘청담동 129에 지어진 펜트하우스(PH)’라는 뜻을 담아 ‘PH129’로 이름을 바꿨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최고가 주택 단지명에 번지수나 도로명 주소를 붙이는 것이 네이밍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기존에는 입지가 좋은 아파트에 동네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그중에서도 구체적인 주소를 붙여 남다른 입지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올해 공시가격 전국 3위(전용 247㎡·70억6400만원)를 기록한 청담동 ‘효성빌라 청담101’도 청담동 101 일대에 들어섰다. 청담동 115의 6 외 4필지에 짓는 ‘청담115’는 분양가가 100억원 안팎에 정해졌다. 대중에게 초고가 주택으로 잘 알려진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사진)도 한남대로 91에 자리해 ‘나인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최근 방탄소년단 멤버 RM과 지민이 각각 63억6000만원, 59억원 현금으로 해당 단지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분양을 앞둔 단지에서도 번지수를 주택 이름에 붙이는 경우가 있다. DL건설이 강남구 논현동에 시공하는 ‘루시아 도산 208’은 도산대로 208을 그대로 아파트 이름에 가져와 붙였다. 오피스텔 전용 52~60㎡ 37실을 분양 중인데, 전용 55㎡의 분양가가 22억원에 달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5가 99에 짓는 ‘트리니티99 푸르지오 발라드’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지하 2층~지상 16층, 전용 29~73㎡ 총 176실을 분양한다. 펜트하우스 층고가 5.2m에 달하는 등 고급화 설계를 적용하고 입주민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타지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한눈에 알기 어려운 번지수를 주택명에 넣었다는 것은 부촌에서도 최상급지라는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일부 VIP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숫자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