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사진)이 그룹 차원의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주문했다.
온도 상승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로 줄이자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현재 200여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넷제로를 약속했다.
23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싱크로나이즈'(동기화)를 키워드로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개념과 필요성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다.
SK그룹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 열리는 그룹의 정례 회의로 최 회장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 CEO 등이 모여 상반기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회장이 강조한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 등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말한다.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공감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전 계열사에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소 등을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만들었을 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그룹 차원의 탄소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했다.
그는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SK CEO들은 글로벌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2050년 이전 넷제로 달성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결의안에는 SK그룹사들이 2050년 이전까지 이산화탄소(CO2)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SK머티리얼즈가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한 데 이어 계열사별로 조기달성 목표를 수립했으며 최소 10년 단위로 중간목표를 설정해 그 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그룹 탄소 배출량 기준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할 방침이다.
이는 SK가 탄소 감축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93% 줄여 나가겠다는 것으로 넷제로 달성을 위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 그룹은 그동안 수소, 배터리, 'RE100'(재생에너지 100%) 등 환경 분야를 선도해 왔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회적 가치, 더블보텀라인(DBL), 공유인프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여러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방법론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제는 이 같은 방법론을 한 그릇에 담아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결국 신뢰를 얻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외부 투자전문가, 경영 컨설턴트, 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SK의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SK CEO들과 파이낸셜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SK는 전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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